[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서울 인근 경기 택지지구들의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수도권 전세난이 다소 안정된 기미를 보이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나오자마자 소진되던 전세물건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소폭이나마 낮아지고 있다.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도 줄었다. 계절적 비수기인 여름방학에 따라 다소 당분간 안정세가 예상된다. 다만, 추석 이후 가을 이사철이 오면 물건 부족 현상이 다시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1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하락 자치구는 4곳이다. 전주(11일 기준) 강서구(-0.05%) 한 곳에 불과했지만 서초(-0.06%)와 송파(-0.03%), 강남(-0.03%) 등 강남3구가 나란히 하락행렬에 합류한 것이다.
서울 강남 생활권 마지막 대규모 택지지구로 불리는 위례신도시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강남권 전세수요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이곳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대표적인 아파트 밀집지역인 송파구 잠실동의 박준 공인 관계자는 "최근 1~2년 새 1억원 넘게 가격이 오른데 따른 부담감이 있는데다 위례신도시 입주 초기 한꺼번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전세가격이 낮아 수요자들이 위례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잠실주공5단지를 비롯해 리센츠나 트리지움, 엘스 등 주변 전 단지에서 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던 전세의 월세전환 속도도 다시 늦춰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지난 24일 기준 이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9383건으로, 이 가운데 32.6%인 3060건이 월세 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34.5%)에 비해 1.9%p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올해 초 37.6%에서 봄 이사철 수요가 몰린 지난 3월 38.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급격히 오른 전세가격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의 이탈이 늘어나면서 4월 36.1%, 5월 35.4%, 6월 34.5% 등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선 역전세난 현상이 일어나며 이달 들어 낙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
◇서울 아파트 임차시장 월별 월세비중 추이.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지역별로는 위례신도시와 미사강변도시 입주 본격화에 따른 전세수요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강동구의 낙폭이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컸다. 강동구는 지난 6월 전월세 거래 561건 가운데 180건이 월세 거래가 차지하면서 월세 비중이 32.1%에 달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379건 중 월세 거래는 90건에 머물러 23.7%를 기록해 전달보다 8.3%p나 하락했다.
이어 구로(-7.8%)와 용산(-6.8%), 서대문(-5.3%), 성북(-5.3%) 등 그동안 전세수요가 많이 몰리며 전세가율이 높았던 지역들의 월세전환이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같은 전세가격 약세와 그에 따른 월세 전환 속도 감소는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계절적 비수기인 다음달까지는 전세가격 상승세가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추석을 전후로 가을 이사철이 본격 시작되면 입주보다 멸실이 많은 서울 주택시장 특성상 공급 부족에 따른 전세가격 강세는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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