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올 시즌 고척돔으로 둥지를 옮긴 넥센 히어로즈가 쾌적한 실내 환경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여름 최강팀으로 거듭났다.
넥센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7월 한 달 동안 프로야구 최고 승률을 기록했다. 21경기에서 14승7패를 거뒀는데 이는 돌풍의 팀으로 불린 한화의 7월 승률(13승7패1무)보다도 뛰어난 성적이다. 특히 홈에서 열린 경기만 놓고 보면 넥센은 7월 12경기에서 9승을 따냈다. 7월 원정 경기 성적(5승4패)과 비교해보면 홈에서 확실히 강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한 지난 6월에도 넥센은 25경기에서 14승11패를 따내며 NC(16승6패1무)와 두산(16승9패)에 이어 세 번째 순위를 자랑했다.
넥센은 시즌 전만 해도 중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다. 이 때문에 지금과 같은 순위는 의외의 결과로 꼽힌다. 실제로 넥센은 지난 시즌 이후 4번 타자 '홈런왕'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를 내보내면서 '뛰는 야구'로의 변모를 꾀했다. 넓어진 고척돔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인 동시에 거포 군단으로서의 입지가 약해진 만큼 한 베이스 더 가는 집중력으로 경기를 풀어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결과 넥센은 올 시즌 현재까지 150개의 도루를 시도했으며 이 중 101개의 도루에 성공해 시도와 성공 모두 10개 구단 중 1위에 올라있다. 이 부문 2위인 롯데(시도132개·성공92개)와도 10개 안팎의 큰 차이가 나는 주루 플레이다.
이러한 넥센의 변화는 여름이 되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뙤약볕에서 운동하지 않는 것이 체력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돔구장 지붕 때문에 우천 취소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다른 환경 변화 없이 일정한 조건에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 큰 이득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넥센이 지난 시즌 목동 구장을 사용할 당시에는 선수들이 몸 푸는 데만 해도 유니폼에 땀이 흥건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
넥센의 '돔구장 효과'는 경기 일정 소화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프로야구는 8월부터 2연전 일정에 돌입하는데 무더위뿐만 아니라 선수단 이동 거리까지 길어져 각 구단은 체력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 가운데 넥센은 8월 26경기 중 13번의 홈경기 일정이 있다. 다른 어느 구단보다 야구에만 집중하기 쉬운 환경을 가진 셈이다. 게다가 경기 내적으로 봐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에이스' 밴 헤켄이 일본 무대에서 돌아오면서 마운드까지 두터워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고척돔은 여름철 26~28℃를 유지하고 있으며 겨울에는 18~20℃로 실내온도를 맞추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넥센 구단은 보통 오후 4시부터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관중들과 선수 모두 쾌적한 환경에서 야구를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돔구장이기에 가능한 방침이다. 올 시즌 부족한 화력 대신 '뛰는 야구'를 천명한 넥센한테는 여름 무더위가 먼 나라 얘기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달 2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9-4로 이긴 넥센 선수단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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