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임은석기자]한진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한 고발 의견이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 전원회의에 상정됐지만 전원회의 일정이 잇따라 연기돼, 공정위가 한진의 편의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관계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 6월
대한항공(003490) 조원태 부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그룹총수의 자녀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회사인 유니컨버스와 싸이버스카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심사보고서에는 과징금 처분과 함께 조원태·현아 남매를 검찰에 고발하는 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한진에 대한 전원회의는 9월 말이나 10월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개최되지 못했다. CJ CGV의 불법행위에 대한 공소시효가 임박한 탓에 공정위가 일정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월에도 한진을 안건으로 한 전원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국정감사, 중요사건 심의일정 변경 등을 이유로 전원회의가 또 다시 한 달여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진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전원회의는 심사보고서 상정 5개월여 만인 11월에야 열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 기간이 남은 만큼 또 다시 일정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공소시효와 국정감사 등을 이유로 한진에 대한 전원회의 일정을 변경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소시효와 국정감사 등은 심사보고서 발송 당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는 것이다.
전원회의 일정이 두 번씩이나 연기된 것이 공소시효와 국정감사 등 보다는 심사를 최대한 늦추려는 한진 측의 '입김'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진 측은 전원회의 출석을 앞두고 조원태·현아 남매 검찰 고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이
한진해운(117930)의 법정관리 문제로 속을 앓는 상황에서 한진 총수 일가를 상대로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경우 그 파장을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진 측은 심사일정이 확정된 뒤 공정위에 의견서 제출기한 연장을 요구하면서 '심의 일정이 늦어질수록 좋다'는 의견을 표명했고, 공정위도 반론권 보장 등을 이유로 한진 측의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사건의 심의기일을 9월 말과 10월 초로 확정한 사실이 없고, 국정감사 일정이 나오기 전 CJ CGV 건과 한진 건을 비슷한 시기에 심의하는 것을 실무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정감사 일정 확정 후 CJ CGV 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많이 남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지난달 28일 심의했고, 한진 건에 대해서는 19일 심의하는 것으로 정해 통보했지만 국회 사정으로 국감 일정이 변경되면서 전원회의 일정이 뒤로 미뤄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의기일 변경과 추가 의견제출기회 부여 등에 대한 한진 측의 신청이 있어 사건절차규정에 따라 그 사유를 검토해 허가한 것"이라며 "부당지원 건은 주요 쟁점인 정상가격 산출에 대한 추가검토 필요성이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과 심의의 효율성 측면에서 인정돼 심의기일을 11월 중으로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한 고발 의견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가 전원회의가 상정했지만 전원회의 일정이 잇따라 연기되면서 편의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임은석 기자 fedor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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