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후강퉁은 투자자들에 승리감을 안겼다. 후강퉁 거래 개시 이후 6개월만에 연일 높은 수익률로 화답하면서다. 당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앞엔 '중국의 미래를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몰려와 장사진을 이뤘다. 유난히 해외 '직투족(직접투자族)'이 늘었던 점도 한 몫했다. 중국 탐방은 증권사뿐 아니라 기자들에게도 인기코스였다. 그리고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연말 열릴 선강퉁을 앞두고도 여의도 증권가는 때 이른 찬 공기만 감지된다.
지난 2014년 말 시행된 후강퉁(상하이증시-홍콩증시 교차 거래)에 이어 중국 선강퉁(선전증시-홍콩증시 교차 거래)이 이르면 다음달 시행된다. 모처럼 국내 금융투자업계도 바빠졌다. 선강퉁 시행으로 중화권 증시에 자금이 몰리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지리라 보고 투자자 잡기에 나선 것이다. 증권사들은 선강퉁이 시행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외주식 주문 시스템을 구축했고 다양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삼성증권(016360)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유안타증권(003470),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003540),
키움증권(039490) 등이 선강퉁을 주도한다. 운용사들도 중국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집중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투자전략과 종목 추천에도 적극적이다. 중국 선전 증시는 정보통신(18.8%), 산업재(18.4%), 경기소비재(16.5%)와 소재(13.4%) 등 중국 정부가 육성하고자 하는 신흥 산업이 주를 이룬다. 전체 상장종목 중 50% 이상이 IT와 헬스케어, 소비재, 통신 같은 이른바 중소형 테마주들로 구성된다. 중국 증권 감독당국에 따르면 선강퉁으로 홍콩증시에서 매매할 수 있는 선전증시 종목은 메인보드 270개 종목과 중소기업판 410개 종목, 창업판 200개 종목 등 880개 종목에 달할 전망이다.
그런데 반응이 그때와 너무 다르다. 최근 선강퉁 세미나를 열었다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후강퉁 만큼은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세미나 참석자 또한 후강퉁 당시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고 전했다.
후강퉁이 남긴 손실의 기억이 커서다. 후강퉁은 당시 중국 증시에 촉매제였다. 중국 증시의 추세적인 강세를 견인하면서 단숨에 장을 3000선 초반에서 4500선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그러다 불거진 중국발 악재. 추락의 속도는 가팔랐다. 연초 이후 급격한 내림세를 나타내며 손실규모를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했다. 끝없는 추락은 그칠 줄 모르는 듯 이어졌다. 최근의 중국 증시는 연초 폭락 이후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증시 폭락을 겪으면서 투자심리는 보다 취약해진 상태다. 선강퉁의 정책 기대가 크지 못한 이유다. 전문가들도 중국 증시가 다시 추세적인 강세를 보이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더욱이 우려되는 건 환율이다. 중국 돈으로 투자해서 회수하는 부분이기 때문인데 지난 후강퉁 당시엔 중국 기업이 가져다주는 주식의 이익에 환율의 강세까지 덤으로 가져왔다면 이젠 주식으로 10%를 얻더라도 환율에서 8% 빠지면 남는 게 없는 상황이어서다. 중국 위안화 환율은 작년 8월 대비 8% 넘게 절하된 상태다. 지속 가능성 또한 감지된다.
결과적으로 후강퉁은 투자자들에 뼈아픈 손실만 남겼다. 과열됐던 투자심리에 올라탄 과거의 결정은 쓴맛만 안긴 셈이다. 터져나오는 증권사들의 선강퉁 고객 유치 전략을 바라보는데 계속 떠오르는 후강퉁의 기억이 오버랩된다.
차현정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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