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문제로 청와대가 사실상 마비상태에 놓이고 새누리당이 자중지란에 빠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은 대여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1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야당 공동 대처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에서 야3당 원내대표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조사에 적극 응할 것과 국회 차원의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별법에 의한 별도특검 추진,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이른바 ‘최순실 예산’ 삭감 등에 의견을 모았다.
이 중 예산안 처리문제와 관련해 국민의당 예결위 소속 김동철·장병완 의원 등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 조사결과 최순실 관련 문제예산 규모가 내년도 예산안 기준 4200억원에 이른다”며 철저한 검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 관련사업 등에 최씨와 그 측근들의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관련 예산 삭감은 불가피해보인다.
특검에 대해서도 국민의당은 지금까지는 특검보다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방침이었지만 이날 원내대표 회동에서 별도특검 추진에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국민의당이 특검에 대해 소극적인 적이 없었다”며 “검찰 수사가 안되면 추진하자는 것이었으며 일의 선후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야3당의 합의사항 중 국정조사와 별도특검 도입문제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상설특검에 대해 야당에서는 “특검 대상이자 피조사자인 청와대가 조사자를 결정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민주당 전해철 의원)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의장 주재 3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내용적으로 야당에 맞는 특검을 추천할 수 밖에 없다. 전폭적으로 수용했는데 걷어차버리는 이유가 뭐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바 있다.
한편 최순실 게이트 국면 초반 새누리당에 대한 극단적인 비판을 자제해왔던 민주당은 점차 공세를 높이고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어제 회동 태도를 지적하며 “겸손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사과와 반성을 하고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문제에 대한 증인채택을 새누리당 의원들이 막은 점과 최순실 게이트 국면 초반 이정현 대표가 “나도 연설문을 쓸 때 친구들에게 물어본다”고 말한 사실 등을 열거한 우 원내대표는 “비호와 은폐에 협조한 사람들이 지금의 새누리당 아닌가. 뭘 잘했다고 나가고, 화를 내고 야당을 비난하냐”고 비판했다.
원내대책회의 직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청와대 안에 있는 ‘십상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새누리당 안에 있는 소위 박근혜·최순실 호위병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우 원내대표)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야당에서는 새누리당의 거국중립내각 제안에 대해서도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아무런 상의 없이 자신들이 결정한 후 야당이 협조하라는 진행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거국내각 총리 추천후보로 회자되고 있는 민주당 김종인 의원도 전날 기자들을 만나 “(박 대통령이) ‘헬렐레’한 총리 하나 세우고 각료 몇 명 교체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 할 것”이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사태 초반 거국내각 구성 필요성을 내비쳤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새누리당이 총리를 추천하는 내각이 무슨 거국중립내각이냐. 박 대통령이 총리에게 국정의 전권을 맡길 것을 선언하면서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해야 한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원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새누리당의 사과와 별도특검 수용 등을 재차 촉구했다. 민주당은 전국 순회 시·도당별 당원보고대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왼쪽부터)가 1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문제 대처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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