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카드로 만든 집)'라는 미국 정치 드라마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도 이 드라마의 팬이라고 공개할 정도다. 극 중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는 미 하원 원내대표와 부통령을 거쳐 대통령에 등극하는데, 권력을 잡기 위해 부도덕하며 불법적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묘사된다.
이 드라마의 제작사는 보통의 방송사가 아니고 온라인 DVD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Netflix)라는 회사다. 기존의 드라마는 매회 마지막에 극적 반전을 암시하는 장면을 내보내고 시청률과 시청자 반응을 보면서 스토리와 제작을 진행하는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는 시즌 별로 에피소드 13편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시즌 별로 1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졌다 하는데, 어떻게 넷플릭스는 이런 과감한 투자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처음에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자들이 방송사들을 접촉했을 때, 정치 드라마가 인기 끌기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진 방송사들은 투자에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상에서 3000만명 이상의 시청자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빅데이터(Big data) 분석을 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좋은 배우 케빈 스페이시와 감독 데이비드 핀처, BBC 원작 드라마를 이용해 진행한다면 1000억 원 투자를 해볼 만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또한 넷플릭스는 드라마 시청 패턴 분석을 통해 더 많은 시청자들이 '몰아보기'나 '다시보기'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로써 넷플릭스는 시리즈를 통째로 제작하기로 결정 하게 됐다.
또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넷플릭스는 시청자 그룹 별로 서로 다른 예고 편을 제공하기도 했다. 결국 나스닥에서 퇴출 위기에 놓였던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에 힘입어 3조원 이상의 순익 실적을 냈다. 넷플릭스의 성공사례에서 알 수 있듯, 빅데이터는 이 시대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전통적인 영화, TV, 음악 사업자들보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같은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들이 사업의 주도권을 가지고 산업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실제로 올해 미국 TV 우수 드라마를 시상하는 에미 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그 어떤 방송국 보다도 많은 상을 받아갔다.
카네기멜론 대학의 마이클 스미스, 라훌 텔랑 교수는 최근 데이터 기반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연구결과를 모아 '스트리밍, 공유, 불법복제(Streaming, Sharing, Stealing)'란 책을 출판했다. 여러 사례연구를 통해 분석한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콘텐츠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이전과는 달리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새로운 사업모델이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7년 애플(Apple)은 어려움에 처해 있었고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다시 대표에 앉혔다. 스티브 잡스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출이 저조한 이유를 찾아냈다. 당시 애플은 컴퓨터 판매상들을 통해 애플 제품을 판매했는데 판매상들은 고객들에게 값싼 경쟁제품을 추천하고 있던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데이터 분석결과를 기초로 애플이 애플 전용 판매점을 직접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오늘날과 같은 판매방식을 갖추게 됐다.
'스트리밍, 공유, 불법복제' 이 책은 영화제작자, 작가, 가수들이 해적판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라디오 해드' 음악 밴드는 2007년 새로운 음반 판매 방식을 택했는데 음반사를 통하지 않고 웹사이트를 통한 직접 판매를 시도했다. 재미있는 점은 웹사이트에 올린 음악은 정가가 정해져 있지 않았고 팬들이 내고 싶은 만큼 돈을 내고 다운로드 받도록 했다. 놀랍게도 이 앨범은 '라디오 해드'의 최고 매출 앨범이 됐다.
콘텐츠의 온라인 판매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고객에 대한 정보이다. 어떤 고객이 얼마나 이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하는 지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야 말로 사업의 핵심인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은 고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도 창출한다. 경영자의 감이나 유행 취향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기 보다는 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경영이 필요한 때이다. 넷플릭스가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을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하는 결정을 보면서 우리나라 산업에서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산업을 선진화하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트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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