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10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0%로 10개월째 동결을 결정했다. 통상 연말에는 금리를 올리지 않는 관행과 최근 두바이 사태에 따른 외생변수, 국내 고용부진 등 경제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이 금리동결을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이었다. 그렇다면 향후 금리 인상은 언제쯤 단행될 수 있을까.
올해와 같은 대규모 경기부양이 내년에는 주춤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출구전략 가능성이 예견되지만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 시기를 가늠하기가 힘들다는 게 한은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금리 결정은 내생적 변수외에 글로벌 경제 상황 등 외생적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하는 만큼 글로벌 공조체제하에서 금리 인상 시기를 정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 한은 "성장경로 불확실성 여전"
한은은 이날 금통위 직후 '국내외 경제동향'에서 "최근 실물경제 활동은 회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10월 중 승용차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소비재판매가 6개월 연속 증가했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역시 각각 4개월,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소비자 물가 역시 안정세를 보이고 경상수지도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내다봤다. 경기 성장세의 징후가 아직 뚜렷하지 못한 것이 금리 동결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한은은 "당분간 통화정책은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국내 상황 따라 내년 인상 시기 저울질
올 한해 많은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미루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상반기'란 애매모호한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예상대로 금통위가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에 나설수 있을까. 경제지표만 본다면 그렇게 녹록치만은 못한 상황이다.
우선 지난 3분기 'GDP서프라이즈'는 긍정적 시그널이다. 올 한해 430억불로 예상되는 사상 최대치의 경상수지 등 우리 경제는 침체기에서 급격한 탄력을 보이며 'V자형'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외 연구소들은 가릴 것 없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4%대에서 크게는 5%대 초반까지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 성장세가 대부분 정부 재정 지출에 의한 것일뿐, 민간자생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경상수지는 수입이 크게 줄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였다. 특히 고용이 늘어 소비가 증가하면서 내수가 살아나야 하는데 고용은 계속 침체를 보이고 있다. 올 한해 금융위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각종 고용, 취업 장려, 감세 정책들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빠져있다.
이 총재 역시 지난 11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2, 3분기는 정부 지출 효과가 켰으나 4분기에도 재정지출을 계속해 경기부양을 할 수 없다"며 "4분기에는 성장 속도가 상당히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내년에 재정 지출이란 '구급차'가 없어도 민간회복세에 의해 경기가 살아난다면 금리 인상을 바탕으로 한 출구전략은 내년 상반기 중 1분기 안에 시행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중침체(더블딥)우려가 나올 정도로 회복세가 약해진다면 금리 인상 시기는 하반기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
◇ 국제공조도 고려대상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정운찬 국무총리가 대독한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우리나라 출구전략은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준비는 철저히 하되, 경제회복 기조가 확실시되는 시점에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우리 단독으로 위기를 극복할 순 없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 상황도 중요하지만 세계 경제 상황 역시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얘기다.
이렇듯 G20등 국제공조가 강화되면서 우리 혼자 금리를 인상하기도 어렵다. 다음 G20회의는 내년 6월 캐나다에서 열리는데 지난 7일 한국을 방문한 파스칼 라미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은 "현재 아시아와 미국 및 EU(유럽연합)는 경제 상황이 다른 만큼 출구전략도 국가별로 다르게 진행돼야 한다"며 "국가간 조율작업은 G20회의에서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내년 11월 5차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국제공조 조정자 역할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쉽게 금리 인상을 결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 전문가들 "경제 상황 더 살펴봐야"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지금 당장은 인상 시기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경제와 국내경제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내수에서 별다른 소비가 늘어나고 있지 않고 세계 경제 역시 아직 회복기에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내년 1분기 상황을 보고 2분기쯤 금리인상을 저울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기를 정하는 것보다 여건이 중요하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 선임연구위원은 "내수와 국제경기, 선진국과의 금리차를 봐야 한다"며 "금리가 선진국과 지나치게 차이날 경우 달러캐리트레이드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자금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변화와 대응'이란 보고서에서 "내년 출구전략 시기를 둘러싼 논의가 공론화되면서 시장도 출구전략에 대한 면역을 형성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있더라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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