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채권시장도 연말모드에 진입했다. 지난 11월 초 급등했던 채권금리가 다소 진정됐지만 안전자산 선호가 다소 약해진데다 달러강세라는 부담요인까지 겹쳐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예년보다 연말·연초 효과보다 불확실성 증가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21일 국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2.7bp 내린 1.687%에 마감했다.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4.5bp, 5.3bp 내린 1.832%, 2.110%에 마감했다. 이는 11월 초 금리 급등세를 보인 것과 비교해 다소 진정된 수준으로 평가된다. 앞서 11월 초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선진국 주식시장 강세와 미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한 강달러가 두드러진 가운데 미국채 금리 상승으로 국내 채권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조정을 받은 터였다. 이에 국고 3년물의 경우 1.8%대를 뚫으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고, 5년물과 10년물도 각각 1.960%, 2.184%까지 치솟았었다.
다소 안정된 외국인 수급도 긍정요인이다. 지난주 외국인은 8602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은 90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순매수는 대부분 1년 이하의 단기채권에 집중됐으나 3~5년 구간의 중기물 순매수가 확인됐다”며 “장기투자 자금 이탈 우려는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완전한 방향전환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이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됐지만 향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유럽의 정치적 불안 등으로 인해 채권시장 약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또 국제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52달러를 넘어서는 등 위험자산 랠리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중국 위안화 약세 심화 등 불안요소도 산재해 있다.
강달러 역시 부담이다. 이달 들어 달러 인덱스는 1.8% 상승했으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만 1.5% 올랐다. 이런 달러 강세 영향 속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초 이후 처음으로 1190원대를 상회하고 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기조 유지로 강달러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달러 강세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와 미국 채권금리 상승 영향으로 국내 채권시장은 약보합 흐름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연말·연초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변동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채권시장은 ‘4분기 조정→12월 중반 이후 금리 하락→연초 신규자금 집행’이라는 학습효과가 있었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이러한 공식이 깨지면서 손절, 투매 등이 금리 변동폭을 더 확대시키고 있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12월 FOMC 이후 기술적 되돌림 가능성과 내년 성장률 전망 하향 등 국내 펀더멘털 부진은 금리 상단을 낮출 것이지만, 예년보다 연말, 연초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윈도우 드레싱’성 매수와 일부 잔존 손절 물량의 대치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11월 초 급등했던 채권금리가 다소 진정된 상황이지만 안전자산 선호가 다소 약해진데다 달러강세 등 부담요인이 산재해 있어 예년보다 연말·연초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뉴시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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