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조류독감 확산…백신제조업체 '울고 웃고'
2016-12-22 14:58:46 2016-12-22 14:58:46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조류독감 확산으로 인한 계란 품귀 불똥이 독감 제조 백신업체에까지 튀었다. 유정란을 이용해 독감백신을 만들어 수출하는 녹십자는 자체 농장에 대한 방역체계를 강화했다. 일양약품은 장기계약을 통해 유정란을 확보해 수급 위험에서 비껴갔다.
 
유정란 배양 방식은 독감 백신 제조에 있어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손꼽힌다. 1930년대 처음으로 개발된 독감백신도 유정란 배양방식으로 제조됐을 정도로 이 방식은 유서가 깊은데다 안정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세포배양방식 및 유전자재조합방식 등이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신제조명가로 불리는 녹십자(006280)는 유정란을 자체 조달하기 위한 인백팜 화순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준공한 인백팜 화순농장은 한달에 약 100만개의 유정란 생산이 가능하다. 녹십자는 안정적인 유정란 조달을 위해 국내 3대 양계농장으로 꼽히는 인주농원과 공동투자를 통해 설립했다. 하지만 조류독감에 감염돼 폐사하는 가금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막기 위해 내부적으로 방역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녹십자는 이미 국내에 공급하는 독감백신의 생산을 끝낸 상태다. 현재는 주로 해외 수출을 위한 독감백신을 제조하고 있다. 조류독감이 화순농장에 발생할 경우 해외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농장과 부화장에 대한 외부 소독을 평소보다 대폭 강화해 실시하고 있다"면서 "외부인원과 차량 통제, 농장입구에서 이중으로 소독을 실시하는 등 고병원성 AI발생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십자는 세포배양백신에 대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유정란 방식으로 독감백신을 제조하는 일양약품은 3년치에 대한 계란을 선계약 하는 방식으로 계란을 조달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국내용 독감 백신 생산을 끝내고 오는 2월 백신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라며 "향후 3년치에 대한 유정란 계약을 마친 상태라 유정란 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외에 SK케미칼(006120), LG생명과학, 유바이오로직스 등의 백신제조업체는 조류독감 위험에서 자유로운 분위기다. LG생명과학은 유전자재조합 방식(B형 간염백신)과 단백접합방식(뇌수막염백신) 등으로 백신을 생산하고 있어 조류독감으로 인한 큰 영향은 없다. SK케미칼은 세포배양방식으로 제조한 4가 독감 백신을 올해부터 시장에 공급해왔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세포배양 백신은 유정란 배양백신에 비해 생산 기간이 절반 이하로 짧고 알러지 위험도 없다"고 말했다. 다음달 상장을 준비 중인 유바이오로직스는 미생물 기반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질병마다 최적화된 백신 제조방식이 있다"며 "독감백신에는 주로 유정란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유정란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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