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헌법과 법률을 유린하며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특별검사팀 소환에 불응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7일 최씨가 이날 오후 예정된 소환 조사에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했다고 밝혔다. 특검 관계자는 “최씨가 어제 국정조사로 인해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고 했다”며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해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에 따르면, 최씨는 고혈압 등의 지병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최씨에게 청문회에 출석할 것을 수차례 통보했지만 최씨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결국 국조특위가 최씨가 수감돼있는 서울구치소까지 찾아가 청문회를 열었지만 2시간 30분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최씨가 그동안 출석 거부 이유로 내세운 건강상의 이유 중 하나가 공황장애다. 의료계에 따르면,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극단적인 불안 증상으로, 극도의 공포심과 함께 심장이 터지도록 빨리 뛰거나 숨이 차며 땀이 나는 극도의 불안 증상이다. 정확한 원인은 단정할 수 없지만 공황장애 환자 상당수가 증상 발생 전 스트레스 상황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황장애 등 건강상 장애를 이유로 청문회나 검찰 수사에 응할 수 없다고 말한 최씨의 주장은 그 스스로의 모순적 행위로 진실성에 의문이 생긴다. 최씨는 지난 19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 법정에 출석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앞의로의 공판에서 쟁점이 될 사항을 미리 정리하는 것이다. 피고인은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의 심리로 재판이 진행된 법정은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제417호 법정이다. 취재진과 일반 방청객만 약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대 법정이다. 비록 재판 모두 부분만 스케치했지만 외신을 포함한 수많은 취재진이 그에게 집중했다. 여기에 2.6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추첨을 통해 방청권을 얻은 국민 150명이 그를 쏘아보았다.
생중계만 안 됐을 뿐이지 청문회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법정에서 최씨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보였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표정이었다. 귀국 후 첫 검찰 소환 당시 “국민여러분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살려주세요”라고 읍소하던 그는 재판부를 향해 작정한 듯 "독일에서 왔을 때는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새벽까지 많은 취조를 받았다. 정확한 것을 밝혀야 할 것 같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서는 조사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소환에 불응하자 검찰 수사관을 구치소로 보내 영장도 없이 조사했다”며 이 변호사의 입을 빌어 검찰이 자신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극단적 불안증세로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으로 보기는 매우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씨는 자신에게 유리할 때만을 골라 법원이나 특검, 국조특위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구금된 자가 질병이나 기타 사정으로 검찰이나 법원의 소환에 불응할 수 있다‘고 딱 부러지게 규정한 법 조항은 없다. 다만, 대법원 판례는 적법하게 구금된 피의자의 경우 신문을 위한 수사기관의 구인을 인정하면서 이때에도 구인 등 강제처분은 법률로 정한 특별한 경우에 그것도 최소한도의 필요한 범위에 한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형집행법도 미결수의 처우를 보장하고 있다. 특검팀도 최씨가 전날 강도 높은 국정조사를 받은 점과 그동안의 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씨의 출석 거부를 일단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검팀이 최씨의 조사 거부를 재차 수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특검 관계자도 이날 “불출석이 거듭되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하는 방법 있다.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 다음이다. 특검에 불려 나왔다고 하더라도 최씨가 헌법 12조 2항과 형사소송법 244조의3에 정한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조사에서 전혀 입을 열지 않는다면 사실상 방법이 없다. 그동안의 최씨 성향을 볼 때 가능성이 있는 방어 방법이다. 특검팀에서도 이 경우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에 적지 않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씨가 지난 1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국정농단사건 첫 재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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