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사업 분할, 마지막 관문은 '노조'
내달 3일 4개사로 분할…시장은 "경영 효율성 강화" 기대
2017-03-08 15:50:24 2017-03-08 16:17:18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현대중공업(009540)의 사업 분할을 두고 안팎에서 상반된 견해가 나오고 있다. 중장기적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노사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열고 기존 사업을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로봇·서비스 등 크게 4개 분야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달 27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업 분할 안건이 통과되면서 사업 재편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내달 3일 4개 사로 분할되며, 5월10일 재상장된다. 조선·해양·플랜트·엔진 부문은 현대중공업(존속법인)으로 남게 되고, 인적분할 방식으로 전기전자(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로봇·투자(현대로보틱스) 등 3개 사업부문이 분리돼 새로운 법인이 설립된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그린에너지를 현대중공업 계열사로, 선박 통합서비스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를 현대로보틱스 계열사로 각각 편입시켰다.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이번 사업 분할이 사업 다각화에 대한 실패를 만회하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07~2008년 태양광과 풍력사업으로 발을 뻗었다. 주 종목인 조선업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으로 전환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2008년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 유럽 재정위기 등을 거치면서 조선업 장기불황에 시달려야 했고, 이는 비조선 사업부에 대한 투자 축소로 이어졌다. 결국 지난해 풍력사업을 중단했으며, 육상플랜트 사업 축소에 이어 군산조선소 사업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전사 차원의 포괄적 경영전략은 조선부문의 상황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이러한 근본적인 경영 비효율이 제거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부터 진행된 비용절감 노력으로 원가구조가 향상됐는데 여기에 기업 분할로 독립경영의 효율성까지 더해진다면 개별기업들의 구조적인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사측의 사업 분할 결정이 노사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해마다 난항을 겪는 가운데 사측이 사업 분할을 강행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지난달 임시 주총에서도 노조의 반발로 경찰 병력이 동원되고 수차례 정회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노조는 사측의 사업 분할 강행에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지난달 임시 주총에서 회사가 차벽을 설치하고 불법 용역을 동원하는 등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불법을 자행했다"며 "주총 무효소송 등 법률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분사 이후에도 기존의 고용·근로조건을 승계하고, 분사된 6개 사 조합원들을 하나의 노조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사업 영역이 서로 다른 각각의 회사가 단일교섭을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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