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 소규모 업체에 20억 '억지 환수'
부당이득 트집…검찰 '무혐의 처분'에도 안 돌려줘
오히려 근거 없는 '원가검증' 으름장…권익위 시정권고
2017-04-04 09:27:50 2017-04-04 09:27:5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방위사업청이 소규모 방산업체로부터 부당하게 20억여원을 환수했다가 되돌려 주게 됐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성영훈)는 방산업체 A사가 제품제조 과정에서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20억여원을 환수한 방위사업청 처분은 잘못”이라고 결정, 환수처분을 취소할 것을 방위사업청장에게 시정권고 했다고 4일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A사는 1998년부터 자주포 등에 들어가는 전원공급기 등 부품을 생산해 B사에 납품해 왔다. B사는 이를 다시 C사를 통해 방위사업청에 납품했다. 이 과정에서 A사는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코일 감는 공정 일부를 외주업체를 통해 진행했다.
 
그러자 방위사업청은 A사가 B사에 사전 통보 없이 외주제작을 해 생산 단가를 낮추는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A사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게다가 방위사업청은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지난해 5월쯤엔 부당이득금 및 가산금 명목으로 20억 5600여만 원을 A사에 지급할 물품 대금에서 상계해 환수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결과 계약 규정 상 A사는 외주제작 여부를 B사에 알릴 의무가 없고 외주 제작 여부는 A사의 경영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결론 내고 방위사업청이 제기한 A사의 부당이득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A사는 환수한 20여억 원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방위사업청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당이득 의혹이 있다며 환수액의 반환을 거부했다. 오히려 A사에 대해 근거규정에도 없는 원가검증을 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A사는 지난 2월 권익위에 방위사업청의 환수처분에 대한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조사 결과 “사법기관이 불법행위 금액을 확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방위사업청이 20억 원을 환수한 것은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방위사업청이 제기한 부당이득 의혹에 대해서도 “A사가 B사와 체결한 납품 계약은 계약 금액이 변동되지 않는 ‘확정계약’인데 방위사업청이 C사에게 지급할 물품대금을 감액함으로써 결국 A사가 B사로부터 받을 확정 계약 금액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주장은 잘못”이라며 “방위사업청이 물품 대금에서 20여억 원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환수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이와 함께 “방위사업청이 A사와 직접 납품 계약을 하지 않았으므로 관련 규정상 원가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 자체도 근거가 없다고 보고 방위사업청의 A사에 대한 원가 검증 요구는 부당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방위사업청은 A사에 환수 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환수 처분에 필요한 원가 검증 절차나 원가회계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는 등 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익위는 “검찰 수사결과 ‘무혐의’로 밝혀진 점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방위사업청이 부과한 부당이득금 및 가산금을 취소하고 이미 물품대금으로 상계한 20억 원을 돌려주라”고 시정 권고했다.
 
포탄사격 훈련에서 육군 K-9 자주포가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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