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KB금융(105560)의 사외이사제도를 두고 논란이 인지 한달 후 사외이사 모범규준이 나왔다.
은행연합회는 25일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정해 이를 공시한다"며 "26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 사외이사 자격 강화되고 권한 커져
새 규준의 적용대상은 은행과 은행지주회사가 포함된다. 단 특수은행(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중앙회 및 수협중앙회 신용사업부문)과 산은지주회사(정부지분율 50%이하시에는 적용)는 제외됐다.
새 규준에 따르면, 먼저 은행장(은행지주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할 경우 선임사외이사를 따로 둬야 한다. 사외이사의 경영진 견제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회의를 주재하고 은행으로부터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등 권한이 세진다.
다른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는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했다.
사외이사의 자격요건도 강화됐다. 금융, 경제, 경영, 법률, 회계, 언론 등 전문가로 해당 분야에서 5년에서 10년 경력이 있어야 한다.
◇ 임기 5년으로 제한, 실제론 더 짧아질 듯
가장 큰 변화는 임기 제한이다.
임기를 2년 이내로 하되 연속해 5년을 넘을 수 없도록 했다. 실질적으로 세 번 연임됐다고 해도 마지막 임기는 반밖에 못채우고 하차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매년 사외이사의 20%를 교체하도록 해 실질적으로 사외이사의 교체 주기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시도 강화된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내역, 사외이사 활동내역, 사외이사 보수, 이사회 등 운영현황 등을 바로 혹은 주주총회 소집 전에 공시해야 한다.
◇ "외국사례 참조한 것" VS "官治 논란 커질 수도"
은행연합회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외국 사례를 꼼꼼히 살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회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물론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제도가 도입됐으나 사외이사의 독립성 및 전문성이 떨어지고 '자기 권력화'되는 문제가 많아 새 규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연합회가 지적한 '자기권력화'는 지난해 연말에 불거진 KB금융 지주회장 선출 사태를 지적한 것이다.
지난 KB금융 지주회장 선거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회장 선출은 물론 자신들의 임기, 연봉 등을 자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무소불위' 권력을 가졌다는 비판이 일면서 금융 당국은 사외이사제도 개선에 나섰고 그에 따른 결과물이 이번에 나온 새 규준이다.
하지만 '관치' 논란도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공공적인 성격을 갖지만 동시에 주주에 의해 운영되는 일반 회사"라며 "일반 회사의 사외이사 자격은 물론 임기까지 금융당국이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새 규준에 따라 라응찬
신한지주(055550)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 등 10년 넘게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지주회장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외이사제도의 공공성이 강화되면서 이들 회장의 임기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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