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시달린 롯데그룹이 새 정부의 변화된 대중 외교 정책 기조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부터 사드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자 롯데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지난 정부 시절 여러가지 이유로 사드 부지 제공에 협조했지만 예상치 못한 중국의 보복 조치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다. 특히 사드 배치 협상의 주체였던 지난 정부는 기능이 마비된 상태였고, 롯데가 감당해야 할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사드보복 장기화로 인한 롯데그룹의 피해액은 연 4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현지서 영업 중인 롯데마트 99개점 중 영업정지 처분을 당한 곳이 87개점인 가운데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6일까지 1차 영업정지 기간 만료일이 된 점포는 총 75개점 중 48개점으로 41개점에 대해선 여전히 현장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 외에도 롯데제과는 지난 3월 수주분 발주가 취소됐고 상해공장은 지난 달 6일까지 생산 중지처분을 받았다. 롯데면세점도 중국 입국객이 30%가량 줄면서 월 매출 약 1200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엔 롯데쇼핑 이사회의 결정으로 2300억원의 증자와 1580억원의 예금 담보를 제공 받으며 중국 사업 유지를 위한 긴급 수혈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도 향후 두어 달 이상을 버티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결국 롯데가 중국 사업 철수는 없다고 못 박은만큼 사드 보복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롯데그룹은 새롭게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에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사드배치를 둘러싼 갈등은 개별기업이 풀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정부차원에서 중국과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새 정부가 들어선만큼 막혀있던 대화의 물꼬를 터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는 결연하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사드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밝히며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시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드 관련) 제재와 제약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도 사설을 통해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동시에 중국과 관계 발전도 추구하고 있으며 남북관계 완화 및 이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주장해 왔다"면서 "한국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열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앞서 신동빈 회장도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롯데가 중국에서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며 정부의 지원을 호소한 바 있다.
한편 새 정부는 박병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사드특사' 정부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하며 본격적인 수습 노력에 나섰다. 대표단은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하고, 중국 정부 인사들과 만나 양국 관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걸려온 대통령 당선 축하 전화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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