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입만 바라보는 자율처리 제재 논란
금융사 의견서 무시하고 다른 사항 지시…업계 "자율처리도 서면 지시 요청"
2017-08-17 17:47:26 2017-08-17 17:47:26
[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금융권에서는 금융회사의 자율 경영권을 높여주기 위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위반사항에 대해 부과하는 '자율처리' 제재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사들이 자율처리 제재 의견서를 제출해도 결국 금융당국이 구두로 지시하는 방향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부 금융사들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차라리 금융당국이 제재 사항을 명확히 제시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현장점검 현장 건의과제로 경영유의사항이나 개선사항 등 자율처리 사항에 대해서도 서면 의견서를 제시해 달라는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문책사항과 주의사항에 대해서는 검사의견서 교부제도를 통해 지적 사항을 명확하게 금융사에 전달해 징계 절차를 밟는다. 반면, 회사 내부통제기준 변경, 제도 개선 등이 요구되는 경영유의사항이나 개선사항에 대해서는 자율처리 사항으로 서면을 통해 금융사에 지적사항을 제시하지 않고 금융사 자체의 개선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받고있다.
 
이러다 보니 금감원의 검사결과서 통지 이후, 검사결과서에 기재된 개선 필요사항이 당초 금융사가 제출한 개선 의견서와 달라 금융사의 조치요구사항 정리결과 보고시 금감원과 금융회사간 불필요한 논쟁이 빈번한 상황이다.
 
금융사는 검사기간 중 금감원 직원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금감원 직원의 구두의견, 회사 내부통제수준과 여건 등을 반영한 개선의견서를 작성해 금감원에 제출하고 있는데 금감원은 금융사의 개선의견서에 기재된 내용과 다른 사항을 개선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조치요구사항에 대한 정리기한이 끝나기 전에 금감원 인사발령으로 담당자가 변경되는 경우에는 이런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사는 금감원의 지적사항을 충분히 반영해 개선의견서를 작성했다고 생각하지만 금감원에서 돌아오는 답변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자율처리 사항이라고 하지만 금감원 입맛에 맞지 않으면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사는 현장 건의 과제로 자율개선 사항에 대해서도 금감원의 조치의견이 명확하게 기술된 의견서를 제시해 달라고 현장건의를 했지만 금감원은 불수용 조치를 내렸다.
 
불수용 사유에 대해 금감원은 경영유의사항과 개선사항은 금융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적 성격으로 경영유의사항 및 개선사항에 대해서도 검사의견서를 교부하도록 할 경우에는 오히려 금융회사의 혼란과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감원은 이런 분쟁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금융사와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리보고시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기 위해 금융회사로부터 경위서나 의견서를 받는 시점에 금감원 의견을 보다 충분히 설명하고 금융사로부터 구체적인 개선의견을 전달받도록 사전에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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