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대기업의 이전에 따른 지역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진입 도시는 경제활동, 인구, 소득 등의 지표가 빠르게 치솟지만, 이탈 도시는 전국 평균 밑으로 급하강 하는 부작용이 두드러진다. 내수성장, 중소기업 육성 등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분수효과'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중심 기업(이하 대기업)이 진입한 후 활발한 경영활동을 수행해온 6개 도시(이하 뜨는 도시)와 대기업이 국내외로 전출하거나 산업경기 순환적 요인으로 활동이 부진한 6개 도시(이하 지는 도시)를 선정했다. 선정한 도시들에 대해 사례 연구 방식으로 2008년부터 통계자료가 있는 최근년도까지의 일자리 창출, 삶의 질 등 도시 성장·발전 관련 지표들을 조사했다.
뜨는 도시와 지는 도시의 일자리 창출 지표를 비교해 보면,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 실업률 모두 뜨는 도시가 지는 도시뿐만 아니라 전국평균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2015년 평택공장을 착공한 후, 평택시의 실업률은 2015년 3.0%에서 2016년 1.8%로 뚜렷하게 하락했다. 기아자동차가 2012년말 광주공장 증설을 완료한 후, 광주시 고용률은 2012년 56.2%에서 2014년 58.6%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또한 SK 하이닉스의 2014년 이천시 M14 공장건설은 이천시 고용률을 2013년 63.3%에서 2016년 65.4%로, LG디스플레이의 지속적 투자는 파주시의 고용률을 2010년 54.8% 저점에서 2016년 60.4%로 올리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반면, 지는 도시는 2008년~2016년 실업률이 기존에 구축된 산업단지 덕분에 전국 평균 3.44%보다 낮은 2.83%를 보이나, 고용률은 57.71%로 전국 평균(59.52%)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활동참가율도 59.39%로 전국 평균(61.67%)을 밑돌았다. 대기업의 지역 이탈에 따른 충격파가 큰 것이다.
일자리는 출산율 등 인구성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뜨는 도시와 지는 도시 모두 합계출산율은 각각 1.49 및 1.41명으로 전국평균 1.22명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유소년 인구 비중도 각각 18.2%와 16.6%로 전국평균 15.2%를 상회했다. 하지만 순 인구 유입비중과 같은 인구유입 지표들은 뜨는 도시, 전국 평균, 지는 도시 순서로 높아, 도시의 쇠퇴로 인구성장도 저하되는 모습이다.
뜨는 도시와 지는 도시는 소득격차도 급격하게 벌어졌다. 뜨는 도시의 1인당 지방세 납부액이 111만원인데 비해 지는 도시는 82만원에 불과했다. 전국평균 97만원보다 아래로, 경기 위축에 따른 소득감소 타격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한경연은 이같은 통계치를 통해 도시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 대기업의 역할이 매우 크다며 기업친화적인 환경과 제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지만, 대기업에 의존하는 한국경제의 어두운 단면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대기업의 존재 유무로 국민 생활의 거의 모든 면이 영향을 받는다. 현 정권이 개혁 1순위로 지목하는 경제력 집중 문제를 부각시킨다.
대기업들의 업종은 대자본이 필요해 중소기업이 대체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전문가들은 대신 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분업하며 함께 공존하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켜 대기업의 확장을 억제하고 후발기업에 기회를 주자는 강성 의견도 있다. 재벌의 후손들이 많아 더 많은 사업영역을 차지하려는 탓에 중소기업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중소기업의 고유영역이었으나 대기업이 침투한 금형산업, 기업소모성자재(MRO) 등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확대 및 법제화의 목소리도 커졌다. 최근 통신업계의 경우 단말기 완전자급제 논의가 활발하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이동통신사의 휴대전화 판매를 금지해 판매점이 전담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장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기발한 기술을 개발해도 시장을 독과점하는 대기업이 외면하면 사장되기 일쑤"라며 "한국경제에 큰 부담이 되는 재벌 폐해를 점진적으로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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