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IFRS도입 둘러싼 세법 개정 난항
상장 vs. 비상장.. '중심점'어디로
2010-02-12 11:26:23 2010-02-12 16:41:58
[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내년부터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춰 올해말까지 관련 세법을 개정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IFRS를 적용받는 상장기업과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받는 비상장기업간 세법적용의 형평성을 놓고 중심점을 잡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IFRS는 국제적으로 통일된 회계기준을 마련해 글로벌 기업의 국제적 회계범위를 통일하는 것으로 국내에선 내년부터 대기업과 금융관련 상장법인에 대해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법인세 개정을 총괄하는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11일 한 간담회에서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선택한 기업과 IFRS를 선택한 기업간에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법인세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IFRS와 법인세법의 기술적 접점을 찾는 것이 어렵다"며 "KT&G(033780)와 풀무원, STX팬오션(028670) 등 이미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한 13개 기업과 이후 도입에 나설 기업간은 물론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간 조세형평을 위한 특례조항도 고려해야 한다"고 IFRS도입을 둘러싼 난항을 예고했다.
 
◇ IFRS Vs. 법인세법.. 기준은 어디로
 
재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명확한 기준이 없고 포괄적인 회계기준을 정하는 IFRS의 어느 수준까지를 법인세 과세기준으로 인정하느냐다.
 
기존 세법과 기업회계기준에서는 확정된 기준에 바탕으로 정책목표에 따른 세법 적용이 가능해졌지만 합리적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IFRS가 도입되면 이같은 한도 기준설정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선 공정가치 평가에 따라 미실현손익을 과세소득으로 인정하는 IFRS는 미실현손익인 공정가치평가손익을 과세소득으로 인정하지 않는 법인세법과 차이를 보인다.
 
특히 과세소득을 산정하는 결산조정항목의 인정 여부는 주요 논란의 대상이다.
 
법인세법에서는 기업비용으로 과세소득이 되는 감가상각비와 각종 충당금 등 계상금액이 결산조정항목을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는 IFRS에서는 과세소득으로 인정되지 않아 상장기업의 법인세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퇴직급여와 진행중인 사업등에 대한 과세기준 방향을 정하는 것도 정부의 법인세 개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IFRS는 퇴직급여채무를 모든 직원이 한꺼번에 퇴직할 경우 지급하는 보험수리적 성격의 금액으로 인식해 산정되지만 법인세법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청산개념의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
 
기존 비상장기업의 경우 법인세법과 마찬가지로 청산개념의 비용처리가 가능한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되지만 IFRS도입기업은 회계기준을 이중으로 적용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부분의 상장사들은 "복잡한 산정 절차로 세무 업무 비용이 늘어나고 별도의 시스템도 마련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반발하며 정부의 법인세법 개정을 압박하고 있다.
 
아파트 건설 등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공사의 경우에도 IFRS는 손익기준을 완성시점에 두고 있지만 법인세법은 진행을 기준으로 인식해 예약매출 등 완성전 판매는 과세범위로 인정하지 않는 차이가 발생한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대해 원화가 아닌 외화를 기능통화로 인정하는 IFRS의 특성상 기업의 손익산정을 원화로 할것인가, 외화로 한 이후 법인세액 부과만 원화로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도 쉽지만은 않다.
 
◇ 법인세 개정..과연 어디로
 
대부분의 조세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의도적인 조세 회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인세법 개정과정에서 제재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태섭 조세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지난해말 한 토론회에서 "IFRS도입으로 인해 기업들의 납세 순응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결산상 비용을 신고조정 항목으로 전환토록하고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강제신고 등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법인세법의 과세소득 계산의 기준을 IFRS의 연결재무제표가 아닌 개별재무제표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기업회계기준은 한 기업이 다른 회사에 대해 '30% 초과 최대주주'인 경우만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했지만 IFRS도입으로 지분을 50%이상 확보했거나 실질적으로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증거가 있는 회사는 반드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연결재무재표는 내부거래에 대한 이익분석이 쉽고 그룹 전체의 경영개선 노력을 이끌 수 있다.
 
기업들도 기업의 개별 재무제표 감사이후 연결재무제표를 또 다시 작성하면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복잡한 순환출자규모를 규정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개별 재무제표를 통한 법인세 과세가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적 실질이외에 법적인 형식적인 측면도 고려하는 KIFRS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IFRS의 규정을 그대로 수용하면 각 기업간 과세형평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주재무제표를 연결재무제표로 하느냐 개별재무제표로 하느냐는 어려운 사항이 아니다"며 "다만 현재도 기업들이 개별재무제표를 산정하기 때문에 특별히 기업비용이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토마토 김세연 기자 ehou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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