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9월16일 이후 75일 간 추가도발을 자제해온 북한이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로 한 국면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3일 북한의 화성-15형 발사에 대해 “국가 핵무력을 가능한 빨리 완성한다는 자신들의 목표에 따라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북한 입장에서 내년도 김 위원장 신년사에 ‘핵무력 완성’ 내용이 포함돼야 하기에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시험이 시급했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75일 동안은 북한이 (미사일) 기술진전이 안되니까 기다렸던 것이지, 다른 정세를 보고 그랬던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자국 안보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미 행정부 내 대북압박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한반도 주변에 대화분위기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렉스 틸러슨 장관과 조셉 윤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미 국무부 내 일부에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내비쳐왔지만, 이는 주류의견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북한의 반응을 이끌어냈다면 몰라도 애초에 그럴 가능성 자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 내에서도 강경발언이 나오는 중이다. 캐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본토나 괌을 포함한 미 영토, 혹은 미 동맹국들에 대한 어떤 위협도 대규모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북한에 경고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를 강조하는 가운데 별도로 취할 수 있는 선택지도 없어 보인다. 7월17일 우리 정부의 군사회담·적십자회담 개최 제의 등에 북한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문재인정부가 대미 추종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일체의 남북대화를 거부하는 중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강력한 힘의 대응논리 속에 제재를 통한 압박과, 항상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는 ‘투트랙’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안보인다”고 했다.
이에 따라 평창동계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우리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확보한 올림픽 출전권도 포기하는 등 당장 북한 선수단의 참가여부부터 불확실하다.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의 염대옥·김주식 조는 지난 9월 국제대회를 통해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지만, 신청 마감일인 지난달 말까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설사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한다 해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외교전문가는 “만일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한다고 해도 특별한 뜻을 갖고 왔다고 보기 어렵다”며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국면이 올 것’이라는 전망은 소망이지 분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다만 우리 정부의 노력에 따라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여전하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적어도 올림픽 종료까지라도 한반도 평화를 확보하려면 ‘올림픽의 성공을 바란다’는 미국을 설득해 방안을 마련한 뒤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도록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평창동계올림픽 휴전결의안을 활용해 내년 3월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고 북한의 올림픽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계속 나온다. 홍 위원은 “최룡해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북한이 응하면 바람직하고, 오지 않더라도 우리의 호의를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며 “대북 특사를 파견해 이러한 의사와 함께 남북관계 정상화와 호혜적 경협진흥 용의를 전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이 발사대를 떠나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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