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과 미국 중간선거,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의 향후 행보 등 2018년도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현안도 산적해 있다. 각 사안이 서로 맞물려 있는 가운데 이해관계에 따른 관련국 간 외교전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관심을 끄는 일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할지 여부다. 우리 정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기구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촉구하고 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 ‘평화·안전올림픽’을 담보하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평창 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함으로써 정부의 구상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정부가 제안한 적십자·군사회담에 북한이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으면서,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를 시작하지 못하면 당분간 남북대화의 기회조차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어 왔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유엔총회 ‘올림픽 휴전결의안’ 준수 기간인 3월 말까지 3개월은 한반도 정세에서 지난 10년 간 사라졌던 남·북한 당사자가 귀환하는 시간”이라며 “북한을 설득할 수 있으면 그만큼 한국의 외교적 공간은 넓어진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미국의 핵장비들과 침략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의 행위들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말한데 대한 한미 양국의 반응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3월 중으로 예정된 한미연합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의 중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지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올림픽 기간 중 훈련 연기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일정변경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한미 양국 입장조율이 어느정도 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한미가 그간 검토해온 연합군사훈련 연기 결정을 조만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의 향후 행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전술적 대화공세와 추가 핵·미사일 실험 중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결의로 외화 자금줄이 하나 둘 차단되고 핵-경제 병진노선에 따른 북한 내부의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는 점은 대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국제사회 주도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려는 중국과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 “세계 평화의 건설자이자 세계 발전의 공헌자, 국제질서의 수호자가 되겠다”며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성격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이 구체화되면서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미국과 전략적 소통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악화를 막아야 하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
11월에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 결과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원의원(435명) 전부와 상원의원(100명)의 3분의 1을 뽑는 선거에서 공화당의 패배를 점치는 의견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가운데 지난달 12일(현지시간) 공화당 텃밭인 미국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25년 만에 이기는 일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카드 등을 꺼내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 중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공화당에 비해 민주당이 북핵문제의 외교적인 해결을 선호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로서는 호재다. 다만 민주당이 이기더라도 당장 한반도 문제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지는 확실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밖에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집권 자민당이 금년 초부터 본격적인 평화헌법 개정논의를 진행할지도 관심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헌법 개정에 박차를 가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마찰은 불가피하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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