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총수들 신사옥 시대 선포…"흩어진 계열사 모으고 재도약 주문"
롯데·아모레·애경·이랜드 잇단 신사옥 이전…오너 의지 담긴 '사옥이전' 봇물
2018-01-16 06:00:00 2018-01-17 11:09:33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유통업계의 사옥 이전이 한창이다. 기업들의 신사옥 이전은 대부분 오너들의 의지에서 비롯된다. 사업을 재정비하고 도약의 기회를 삼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특히 흩어진 계열사를 한데 모으고, 장기적으로는 그룹의 신사업을 모색하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롯데그룹에게 '신사옥'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건립하고 싶던 창업주의 숙원사업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신격호 총괄회장까지 롯데월드타워로 거처를 옮기며 롯데의 40년 '소공동시대'를 완전히 종식하고 '잠실시대'의 출발을 알렸다.
 
1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잠실 롯데월드타워 49층으로 거주지와 집무실을 옮길 예정이다. 신 총괄회장은 최근까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롯데는 지난해 창립 50주년에 맞춰 개장한 롯데월드타워에 신 총괄회장에 이어 새로운 '원 리더' 자리에 오른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을 비롯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경영혁신실과 4개 BU 조직 등이 모두 입주한 바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단순히 '신사옥'의 의미를 넘어선 신 총괄회장의 평생 '꿈'이었다. 1987년 부지를 매입한 뒤 롯데월드타워가 문을 열기까지 꼬박 30년이 걸렸다. 
 
신 총괄회장의 이주는 1978년부터 시작된 소공동 롯데 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공동은 1967년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서 롯데제과(280360)로 시작한 롯데그룹이 황금기를 누린 터전이다. 
 
신세계도 오너의 '경영 베이스캠프'를 중심으로 한 사옥 이전이 이뤄진 사례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하반기 서울 퇴계로 본사를 반포동 강남점으로 이전하며 '강남시대'를 열었다. 일부 홍보조직을 제외하고 정 총괄사장을 비롯해 신세계백화점 본사 인력 500여명 대부분이 반포동으로 이동했다.
 
이전까지 신세계백화점 인력들은 소공로 메사건물 주변 건물에 부서별로 흩어져서 업무를 하고 있었지만, 강남시대 개막에 따라 흩어져있던 주요 부서가 함께 모여 사업간 시너지 효과도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엔 신세계면세점 센트럴시티점이 개장해 센트럴시티는 백화점과 면세, 패션 부문을 이끌고 있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경영 베이스캠프'로 자리잡게 됐다.
 
최근엔 애경그룹이 40여년의 '구로시대'를 마감하고, 오는 8월 홍대입구 역사 신사옥으로 이전하며 '홍대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지난 12일 그룹 신년 임원워크숍에서 "낡은 것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자"며 신사옥 이전을 예고했다.
 
애경그룹은 지난 10년간 지주회사 전환, 이익중심경영, 사업효율화 등에 주력해 성장을 위한 투자여력을 확보했다. 특히 지난해 주요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실적에서 사상 최대 성과를 내며 올해는 신사옥 이전과 함께 4600억원을 투자한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애경그룹의 통합신사옥에는 지주회사인 AK홀딩스(006840)를 비롯해 애경산업, AK켐텍, AM플러스자산개발, AK아이에스, 마포애경타운 등의 계열사가 입주해 계열사간 활발한 소통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신사옥 이전에 대해 "올해는 쾌적하고 효율적인 근무환경을 갖춘 홍대 시대를 열어 보다 젊고 트렌디한 공간에서 퀀텀 점프를 시작할 것"이라며 "훗날 홍대 시대 개막이 애경그룹의 새로운 도약의 시작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임직원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랜드그룹 역시 사옥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랜드는 1월 중 가산 이랜드월드 사옥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그룹 조직과 유통 계열사 이랜드리테일 등이 사용해온 신촌 사옥은 현재 철거를 앞둔 상태다. 지난 5월 이랜드는 신촌 사옥을 역세권 청년 주택 사업자로 활용하기 위한 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이랜드그룹은 가산 사옥으로 한차례 둥지를 옮긴 후 2020년에는 마곡사옥으로 다시 이전한다. 2020년 마곡에는 이랜드리테일과 월드를 포함한 10개 계열사의 통합 사옥이 완공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090430)그룹도 세 번째 용산 시대를 열며,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신본사에 총 3500여명의 임직원들이 모두 입주했다.
 
지난 2014년 8월 시작된 신사옥 건설은 지난해 10월 완공됐다. 지하 7층, 지상 22층, 총면적 18만8902m(약 5만7150평)의 대규모 건물이다. 용산 신본사에는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을 비롯해 아모레퍼시픽, 에뛰드, 이니스프리, 에스쁘아, 아모스프로페셔널, 에스트라 등 주요 관계사 임직원들이 자리하게 됐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신사옥 입주를 앞두고 "사옥을 옮기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니며, 일하는 방식과 생각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일이다"고 강조하며 "새 사옥 입주를 계기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뤄보자"고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1958년 첫 사옥을 지은 자리에 1976년 두 번째 사옥을, 올해 세 번째 사옥을 다시 짓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 밖에도 내의 전문업체 쌍방울도 2008년 거래소 상장 이후 11년 만에 강남을 떠나 중구 퇴계로로 본사를 이전하고, 제2 도약에 나선다.
 
쌍방울은 15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신사옥에서 개소식을 열었다. 직원의 절반 이상이 강북에 거주하고 있는 점을 반영해 퇴계로를 신사옥 입지로 낙점했다.
 
1963년 내의업체 쌍녕섬유공업으로 출발한 쌍방울은 1977년 회사명을 쌍방울로 바꾼 뒤 국내 속옷 시장을 선도했다. 1997년말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주인이 바뀌었고, 2014년 특장차 전문업체 광림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왼쪽)와 용산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전경. 사진/각 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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