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중국이 한국산 스타이렌모노머(SM)에 최대 8.4%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리면서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대중국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최근 중국은 한국산 전기배터리를 보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데 이어 SM에 반덤핑관세 예비판정을 내리는 등 잇달아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자국 기업의 생산능력 확대에 맞춰 한국산에 시비를 걸어 시간을 벌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3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지난 12일 한국산 SM에 최고 8.4%의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기업별로 보면 롯데케미칼이 8.4%로 가장 높고 LG화학과 SK종합화학이 8%, 한화토탈과 여천NCC가 7.8%로 뒤를 이었다. SM은 가전제품 케이스와 부품, 자동차 내외장재, 건축자재 등 플라스틱과 합성고무에 쓰이는 원료다. 지난해 대중국 수출액은 13억8000만달러(약1조4900억원)다.
국내 기업들이 부과받은 세율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세율 1.7%보다 최대 8.5배 가량 높아 중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국내 생산능력은 한화토탈이 105만톤으로 가장 많고, LG화학 69만톤, SK종합화학 66만톤, 롯데케미칼 58만톤, 여천NCC 29만톤의 순이다. 미국 국제무역정보 서비스업체인 월드트레이드아틀라스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한국산 SM이 중국 수입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이번에 반덤핑 예비판정을 함께 받았던 대만(13.1%), 미국(12%)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반덤핑 예비판정 결과가 나오자 석유화학업계는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애초 중국 상무부가 반덤핑 조사에서 무혐의 판정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미국(10.7%)에 이에 높은 세율을 부과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중순 중국 상무부에 "현재 진행 중인 반덤핑 조사를 공정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설득에 나섰으나 중국은 끝내 자국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정결과는 수입산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견제구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중국의 SM 자급률은 60%에 불과하지만, 오는 2021년에는 80%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중국 기업들이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동안 반덤핑 관세부과로 수입 의존도를 서서히 낮추는 전략의 하나로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이달 초 중국 정부가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LG화학·삼성SDI 등 한국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목록에서 제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현재 정밀화학 용제 메틸이소부틸케논(MIBK)과 합성고무 니트릴부타디엔고무(NBR)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진행 중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우선 SM 관세 부과에 따른 국내 기업의 피해를 조사하는 한편 오는 6월쯤 예상되는 최종 판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오는 8월 예비판정 결과가 나오는 NBR 역시 반덤핑이 아니라는 사실을 적극 소명한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SM뿐만 아니라 폴리프로필렌(플라스틱과 필름 원료)과 파라자일렌(합성섬유 중간원료)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어 다음 타깃으로 지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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