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5년간 개발인원만 100명"…LG 코드제로A9, 게임체인저 부상
LG 코드제로 A9 개발주역 유병도 LG전자 청소기BD 상품기획파트 책임 인터뷰
100여명 멤버 5년 동안 제품개발 몰두
출시국 순차적 확대…"세계 시장 잡는다"
2018-02-19 17:30:45 2018-02-21 07:09:40
[뉴스토마토 이지은·왕해나 기자] 한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무선청소기는 사실 영국의 다이슨이 장악하고 있었다. 대당 100만원에 이르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선이 없고 먼지 흡입구 부분을 가볍게 만든 상중심 무선청소기'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LG전자가 '코드제로 A9'을 선보이며 무선청소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출시 3주 만에 국내 판매량 1만대 돌파, 넉달 반 만에 판매량 10만대를 넘어섰다. 89만~129만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품귀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LG전자는 국내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리면서 다이슨을 위협했다. 급기야 다이슨은 LG전자를 상대로 무선청소기 광고 금지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시장에서 LG전자의 위상이 커진 방증이라고 해석한다. 코드제로 A9이 탄생하기까지 100여명의 멤버가 5년여 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제품개발에 몰두한 결과다. 선행연구부터 함께한 유병도 LG전자 청소기BD 상품기획파트 책임을 만나 코드제로 A9의 성공비결과 비전을 들어봤다. 그는 청소기만 15년을 담당한 전문가다.
 
유병도 LG전자 청소기BD 상품기획파트 책임. 사진/LG전자
 
-코드제로 A9의 가장 큰 특징은.
우선 코드제로 A9은 비행기의 제트엔진보다 16배 더 빠르게 회전하는 '스마트 인버터 모터'를 탑재했다. 이 모터는 지름 6㎝ 정도의 작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분당 최대 11만5000번 회전하는 강력한 성능을 지녔다. 일반적으로 모터는 크기가 커질수록 강한 흡입력을 낼 수 있는데,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모터의 크기를 대폭 줄이면서도 회전력을 높여 흡입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14년 출시된 1세대 무선청소기 모터보다 80% 작아진 반면 분당 회전수는 5배로 늘어났다. 두 번째는 '2중 터보 사이클론'이다. 먼지 통 내부를 2개 공간으로 설계한 것으로, 빨아들인 먼지를 원심력과 중력에 의해 무게나 입자 크기별로 분리한다. 이 같은 방법으로 미세먼지가 모터 쪽 필터에 쌓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모터의 흡입력이 오래 유지된다. 마지막으로 1초에 16회 회전하는 모터를 탑재한 '파워 드라이브 흡입구'를 별도로 탑재해 청소 성능을 높인 점이다. 극세사 재질의 브러시가 빠르게 회전하며 바닥 먼지를 강력하게 빨아들여 걸레질한 것처럼 바닥을 닦아주는 효과도 있다.
 
LG전자의 코드제로 A9. 사진/LG전자
 
 -출시 이후 돌풍을 일으켰다. 흥행요소는 무엇으로 보나.
품질이다. 무선청소기의 핵심인 모터의 선행연구가 2013년도부터 시작됐다. 스마트 인버터 모터 개발에만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제품 완성까지는 5년여의 세월이 소요됐다. 그 결과 140와트(W)의 강력한 흡입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인체에 가장 편안한 디자인을 만들어 내기 위해 코드제로 A9이 나오기까지 끊임없이 디자인 품평회도 진행했다. 제품 출시 전 보통 디자인을 메인 이벤트로 2번 정도의 품평회를 진행한다. 하지만 코드제로 A9의 경우 디자인 품평회만 11번 열었다. 대개의 프로젝트보다 6~7배 더 많이 진행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제품을 부수고 다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개발·디자인·선행연구·품질·양산팀 등 100명이 넘는 프로젝트 멤버가 밤낮으로 고심했다. 원래 제품 출시 예정일은 지난해 6월이 아닌 2016년 11월이었다. 세심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조정을 거치다 보니 예정보다 반년 이상 출시일이 늦춰졌다. 완벽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품평회 과정에서 가장 크게 변화된 점은 무엇인가.
외관이 가장 먼저 결정됐다. 전체적 디자인 변화는 적었다는 얘기다. 초기 모형 대비 가장 많이 변한 부분은 손잡이 부분이다. 어떻게 잡았을 때 가장 편한지 수작업으로 연구했다. 손잡이 각도를 눕혀보기도 하고 세워보기도 했다. 손가락과 버튼 거리가 어느정도 돼야 편한지 조정하는 과정도 거쳤다. 특히 국가별로 손가락 평균 사이즈가 다양해 손가락과 버튼 거리 기준을 잡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1년 동안 손잡이의 그립감에 대해 연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적 공신력을 얻기 위해 미국인체공학기관(US Ergonomics)에서 인체공학제품 인증도 받았다. 또 자립형 충전대도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다. 충전대가 안 밀리고 쉽게 보관·충전되도록 충전대 디자인만 6번 바꿨다.
 
-'엘지슨(LG전자+다이슨)'이라는 말도 나왔다. 후발 주자로서 부담감은 없었나.
실제적으로 원형 디자인(선이 없고 먼지 흡입구 부분을 가볍게 만든 상중심 제품)은 다이슨이 만들었다. 유선 제품 가운데 스틱타입은 다이슨 형태가 많았지만 무선청소기 중에서는 다이슨이 유일했다. 자동차의 고유디자인을 포드가 만든 것처럼 말이다. 우리도 뒤따라가다 보니 (다이슨을)따라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새롭게 시장이 형성되는 제품군이면 의례 나올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시장에서 포드를 시작으로 다양한 브랜드에서 다양한 차종이 나왔듯이 청소기 역시 시장이 성숙하면서 각 사의 특징을 찾기 시작했다. 제품의 원형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각 사가 가진 디자인 아이덴티티, 모터 등의 원천기술 등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의 청소기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디자인과 사용성을 중심으로 제품 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코드제로 A9은 무선청소기 성능이 낮다는 인식을 탈피시킨 제품이다. 모터, 배터리 등 제품의 성능을 지속해서 향상하면서 얼마나 편리한 디자인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쟁이 강화될 것이다. 경량화도 지속적인 과제다. 청소 성능을 좋게 하려면 강력한 배터리를 써야 하는데 배터리가 큰 것을 쓰면 비싸지기도 하고 무거워지기도 한다. 배터리업계와 모터업계가 같이 움직여 개발해야 한다. 성능은 더 좋은데 가볍고, 효율이 좋은 모터를 통해 배터리가 적게 소모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언젠가 배터리 무게를 반으로 줄이고 모터 무게도 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더 가볍고 쓰기 편한 청소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유병도 LG전자 청소기BD 상품기획파트 책임이 코드제로 A9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향후 전략은.
코드제로 A9의 출시국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확실하게 한 나라씩 성공시키고 가자는 게 내부 전략이다. 지난해 6월 국내 출시 이후 같은해 7월 대만에 제품을 내놨다. 대만은 대리석 바닥 문화권으로 우리나라와 환경이 비슷하다. 코드제로 A9 출시 이후 이전보다 핸디스틱 군에서 점유율이 2배 이상 느는 등 성과도 있었다. 대만 시장은 어느정도 안착했다고 보고 이달 호주, 다음달에는 러시아 등으로 출시국을 넓힐 계획이다. 호주는 메인청소기 시장에서 핸디스틱 군으로 대체율이 70%에 육박하는 등 핸디스틱 군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더구나 호주 핸디스틱 시장에서 다이슨의 점유율은 85%에 이른다. 호주에서의 성공은 추후 핸디스틱 군에서 성공 가능성이 큰 것을 뜻한다. 또 러시아는 카펫 문화권에 진출한다는 의미가 있다.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 철학과 목표는.
15년간 청소기 부문을 담당했다. 상품 기획 입장에서 기획한 것이 제품으로 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머릿속에 있던 모호한 콘셉트를 구체화 시키면서 연구해 나가고 개발했다. 보통은 30~40명의 멤버가 한 프로젝트를 위해서 묶이는데 이번에는 100명이 넘는 멤버가 선행연구부터 론칭까지 함께하는 가장 큰 프로젝트였다. 제품 출시로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매출에 기여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뿌듯했다. 내가 열심히 한 것이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돼 소소한 즐거움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청소는 최소한의 힘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최대한 빨리 끝낼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이런 제품을 연구하길 희망한다.
 
이지은·왕해나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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