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협상전략으로 노조 목조르는 GM
신차배정 미끼로 투항 압박…"GM, 정부 지렛대 활용해 목줄 죌 것"
2018-03-06 15:54:06 2018-03-06 15:54:06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 이후 노동조합이 계속 궁지로 몰리는 모습이다. GM은 큰 무리 없이 2500여명에 대한 퇴직을 진행하고 있고, 신차 배정을 미끼로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노조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정부도 GM의 신차 배정을 재정 지원의 선행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어 노조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GM이 교묘한 협상 전략을 짜놓고 노조의 목을 조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들은 6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군산공장 폐쇄 철회, 실사 노조 참여, 특별세무조사’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군산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실사로 한국지엠 적자경영 사태에 대한 책임은 묵묵히 일만한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고,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 된 파렴치한 지엠자본을 규탄한다”며 “노조는 비정상적인 경영실태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며, 오히려 노동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파렴치한 지엠자본에 맞서 중단 없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산업은행에 GM과 맺은 비밀합의서 공개와 노조와의 공동경영실태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또 부실경영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국세청에 요구했고, 매출원가율과 이전가격 문제 등 논란에 대한 국회의 국정조사와 외투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먹튀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노조는 기자회견 이후 이런 요구안을 산은과 국세청, 국회에 전달하고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무기한 1인 시위를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이처럼 지속적으로 강경 투쟁 방침을 밝히고는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노사는 7일 제4차 ‘2018년도 임단협’ 개최를 합의한 상태다. 노조는 3차 임단협에 이어 4차에서도 사측의 경영설명회 자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반면 사측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임금동결 등 노조의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교섭도 하지 않으면서 투쟁만 한다는 여론이 강해 일단 교섭에는 임하지만, 특별한 결론이 나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상황이 노조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가 강경 투쟁 기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총파업을 선언하지도 못하고, 사측이 요구하는 임단협 교섭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GM이 짜놓은 교묘한 협상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진행된 협상 과정을 살펴보면, GM은 우리 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구하면서 가장 먼저 신차 배정을 미끼로 던졌다.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여야 대표들을 만나 신차 배정에 대해 언급했다. 재정을 지원하면 신차를 배정해 한국지엠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노조에는 ‘2018년도 임단협’을 통해 비용 절감 등을 양보해야 신차를 배정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처음에는 이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우리 정부도 최근 산업부 관계자 발언을 통해 한국지엠에 신차를 배정하면 추가 투자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정부 입장에서 먼저 미래에 대한 GM의 의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궁지에 몰린 것은 오히려 한국지엠 노조가 됐다. GM은 정부가 요구하는 신차 배정에 대한 즉각적인 답을 내놓기 위해 노조의 양보를 압박하기 쉬워졌다. 결국 GM의 협상 프레임에 갇혀 강경 투쟁 명분이 약해진 한국지엠 노조가 ‘투쟁과 대화’라는 ‘투 트랙’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업계에서는 이제 GM이 정부를 지렛대로 활용해 노조의 목줄을 더욱 조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GM이 여러 가지 수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어 노조 입장도 곤란한 상황일 것이다. 노조가 잘못 움직이면 노조가 책임을 다 뒤집어 쓸 수 있다”며 “GM이 노조에 대한 전략과 한국 정부에 대한 전략을 따로 구사하면서 자신들이 짜놓은 프레임대로 국면을 진행시키는 모습이다. 칼자루를 잡고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노동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공장폐쇄철회! 경영실사노조참여! 특별세무조사! 먹튀방지법제정!’ 대정부(산업은행, 국세청, 국회) 요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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