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주식거래 수수료를 둘러싼 증권업계 내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증권사 전체 수익에서 수수료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만큼 대형사들은 수수료 무료를 통해 유입된 고객을 자산관리(WM) 서비스로 유인하는 전략에 집중하는 추세다. 반면 대형사에 비해 WM 역량을 키우기 힘든 중소형사들은 대형사 중심의 시장 재편을 경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달부터 5월 31일까지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에게 평생 온라인 주식거래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신규고객과 휴면고객이 삼성증권 애플리케이션 'mPOP'을 통해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면 국내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채권(ETN)의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이 업계 최초로 주식거래 수수료 평생 무료 이벤트를 시작한 데 이어 올해 삼성증권까지 여기에 가담하면서 대형사 중심의 시장 재편 우려가 재현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작년 수수료 이벤트를 통해 비대면 계좌 수가 4배 이상 증가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작년 4분기 기준 1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 수도 8만7383명으로 전 분기보다 7.4% 늘어났다. 삼성증권 역시 이번 이벤트를 통해 계좌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근 비대면 계좌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점유율 확대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삼성증권은 자산관리 서비스에 특화된 증권사인 만큼 젊은 고객들을 확보해 핀테크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사들의 점유율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형사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형사들이 줄어드는 주식거래 수수료를 포기하는 대신 WM 부문의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면서 고객 선점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사에 비해 성장 기반이 불투명한 중소형사들은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일부 중소 증권사들이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 중이지만 대형사에 비해 파급력에서 뒤진다는 평가다.
한 중소 증권사 관계자는 "온라인 주식거래 수수료는 이미 0.015%이고, 유관기관 수수료를 감안하면 무료 수수료와의 차이는 0.008% 포인트 수준에 그친다"면서 "사실상 고객들이 받는 혜택은 미미한 수준임에도 대형사들이 대대적인 광고에 나서며 타사 고객을 흡수하고 있어 업계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형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자기자본을 크게 늘리며 초대형IB(투자은행)에 진출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WM 서비스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중소형사들의 경쟁력은 점점 뒤쳐지고 있어 위기 의식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일부 증권사들이 덩달아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벌이는 상황은 업계 차원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달부터 삼성증권이 주식거래 수수료 평생 무료 이벤트를 시작하면서 증권업계 내 수수료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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