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시중은행이 임직원과 영업점, 자동화기기수를 모두 줄이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거래 확산과 인공지능(AI) 등을 포함한 디지털 금융 기술의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시중은행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사진/백아란기자
2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IBK기업·씨티·SC제일은행 등 8개 시중은행의 국내 영업점 수는 총 5617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의 5920곳 보다 5.6%(303곳) 사라진 것이다.
같은 기간 은행 임직원 수는 9만2582명으로 4147명(4.28%)이 짐을 싸고 나갔으며, ATM과 CD기 등 자동화기기는 전년(4만4246개)보다 1936개(4.61%) 줄어든 4만44개로 조사됐다.
시중은행의 몸집 줄이기는 최근 몇 년 새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실제 2013년 말 6411개였던 은행 영업점 수는 2014년 6214개, 2015년 6096개로 하락했으며, 5년 전 1만1709명에 달하던 은행 총 임직원수도 2014년 1만1205명에서 2015년 9만8937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급격한 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ICT와 블록체인 등을 기반으로 한 금융서비스가 새롭게 등장한 데다 클릭 몇 번 만으로 예·적금 가입과 자산관리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금융이 주 영업채널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임직원 및 점포 현황. 표/백아란 기자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인터넷뱅킹(스마트폰뱅킹 포함) 이용 건수는 9491만3000건으로 43조4646억원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용 건수와 금액은 2016년보다 각각 8.8%, 2.7% 증가했다.
이용 비율도 인터넷뱅킹이 45.4%로 절반에 달했다. 반면 은행창구 이용비율은 10.1%, 현금자동화기기 이용비율은 2.9%에 그쳤다.
은행 입장에서는 유지비용 대비 이용률이 떨어지는 ATM 기기나 영업점포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디지털금융 서비스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결과 과거 은행 영업력을 상징하던 점포 수가 축소되면서 이에 따른 인력도 함께 감소하는 모습이다.
다만 은행별로는 조금씩 차이가 발생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직원 수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의 경우 작년 말 총 임직원 수는 1만7349명으로 1년 새 2592명이 줄었다. 희망퇴직을 시행한 데 따른 결과다.
우리은행(000030)은 작년 한해 1112명이 짐을 싸고 나가면서 총 임직원수가 1만3876명으로 집계됐으며, 신한은행(1만3802명)과 KEB하나은행(1만3303)의 임직원은 각각 344명, 584명 축소됐다. 반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총 임직원 수는 1만2711명으로 전년보다 500명이 늘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발맞춰 채용인력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권의 점포 축소와 임직원 감축 바람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강남 동역삼지점 등 총 11개 점포를 통폐합했으며, KEB하나은행은 19일부터 마포점, 도곡역점 등 2곳의 출장소를 포함해 모두 9곳의 영업점을 통폐합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더 나은 디지털금융에 대한 요구가 커지며 각 은행마다 디지털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다”면서 “지점이 통폐합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은행원이나 은행 영업점이 사라지기보다 자산관리(PB)센터 등으로 전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