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현대·기아차가 올 1분기에도 부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내수 시장에서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여전히 판매가 저조하다. 다만 3월 들어 최대 전략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회복 조짐을 보인 점은 위로로 다가온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조658억원, 기아차는 33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8%, 11.9%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각각 영업이익 5조원, 2조원대 회복이 당면한 과제지만 지금과 같은 실적 추세라면 달성은 어렵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2012년 영업이익 8조4369억원에서 2014년 7조5500억원, 2015년 6조3579억원, 2016년 5조1935억원으로 해마다 이익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4조5747억원으로 5조원대마저 무너졌다. 기아차도 2014년 2조5725억원에서 2015년 2조3543억원, 2016년 2조4615억원으로 정체 현상을 빚다가 지난해에는 6622억원으로 73.1%나 급감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1조원가량의 비용 반영 여파로 수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상임금 관련 비용이 없었다고 가정해도 기아차의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는 1조원대 후반에 그친다.
현대·기아차가 올 1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원화강세 지속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와 해외 시장 판매 감소를 지목했다. 현대차의 1분기 국내 판매량은 16만9203대로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지만 해외 판매량은 87만9480대로 2.9% 감소하면서 1분기 전체 판매량도 1.7% 줄었다. 같은 기간 기아차도 국내 판매량은 12만4650대로 2.3% 상승했지만 해외 판매량은 52만1390대로 0.3% 줄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1분기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시장 실적은 14만9000대, 12만7000대로 작년 1분기 16만9000대, 12만8000대보다 11.8%, 0.8% 감소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은 예견됐지만 예상보다 환율 조건이 좋지 않으면서 글로벌 판매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1분기 원달러 환율은 1072원으로 작년 1153원보다 7% 하락하면서 가격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원화 강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보다 기아차가 더욱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국내공장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으며, 멕시코공장을 제외한 글로벌 공장의 생산량이 감소한 점도 기아차에는 악재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해 사드 여파로 침체를 겪었던 중국 시장에서 개선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3월 실적만 보면 현대차는 6만7007대로 전년 동월 대비 19.6%, 기아차는 3만548대로 90.9% 급증, 2분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었던 중국에서의 판매가 최근 현저하게 개선되고 있다”면서 “미국 시장에서도 코나, G70, 신형 싼타페, 투싼 페이스 리프트 등이 투입되면서 앞으로 G2 시장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기아차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이. 출처/현대·기아차 및 에프엔가이드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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