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며 3년 넘게 이어진 6·25 전쟁은 잠시 멈췄다. 그 직후부터 스웨덴·스위스·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냉전 후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 4개국 장교들로 구성된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는 정전협정에 규정된 남북한 군 감독·감시·시찰·조사 업무를 시작했다. 1993년과 1995년 북측의 일방 통보에 따라 체코와 폴란드 중감위 대표단이 각각 철수했지만, 스웨덴과 스위스 장교들은 변함없이 남측 비무장지대(DMZ)를 돌며 정전협정 위반사항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폴란드 측은 이후 우리를 통해 연 2회 정례회의에 참석 중이다)
한 중감위 장교의 말대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들이 누구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북측은 1990년대 이후 중감위를 유령단체 취급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매주 화요일, 지금까지 3300여 회 정례회의를 열고 유엔사 군사정전위가 정전협정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지 감독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4일 오전에도 회의는 열렸을 것이다.
그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군이 정전협정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이고, 이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에도 일부 장교들은 수 차례 자원해 근무하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한반도는 65년 동안 끌어온 정전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거기까지 이르는 길은 쉽지 않다. 한국이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이 아니라는 북측의 주장을,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다른 주변국들을 설득해가는 긴 과정이 남아있다. 그 때까지 중감위 장교들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몇 년 전 시청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스웨덴 중감위 대표가 “앞으로 다른 협정이 생기기 전까지 이곳의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한 대로다. 그랬을 때만이 “통일된 한국을 보고싶다”는 그들의 꿈도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리 군도 마찬가지다. 역설적으로 그들의 고된 훈련이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힘이다. 문 대통령도 최근 “평화는 바로 우리의 생존이며, 번영의 조건”이라면서도 “그러나 강한 군대, 튼튼한 국방 없이는 평화를 지킬 수도 만들 수도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이 쏟는 헌신이 국가와 개인 모두에게 큰 자산이 될 줄로 믿는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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