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극단 여배우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법정에 출석해 성추행이 아니고 연기 지도의 한 방법이었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 황병헌 판사는 9일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감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이 전 감독이 지난 1996년부터 여배우들에게 안마를 시키면서 신체 주요 부위를 만지게 하거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강요했다”며 “2012년부터 2016년까지 23회에 걸쳐 상습적으로 8명을 추행했고, 일부 피해자의 신체에 손을 댄 상태로 연기연습을 시켜 상습강제추행과 유사강간치상 혐의로 기소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이 전 감독 측 변호인은 이 같은 검찰의 두 가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은 “이 전 감독이 오랜 합숙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항상 피곤함을 느껴 안마를 받았는데 강제추행을 한 건 사실과 다르다. 피해자 신문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성추행 행위가 정당하거나 잘못된 게 없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진상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유사강간치상 혐의에 대해서도 “이 전 감독은 배우가 무대에서 복식호흡을 통해 힘 있게 발성하는 것을 지도한 것”이라며 “연기 지도를 보는 관점에 따라 연극에 대한 열정 있는 지도 방법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또 “미투 기조에 이어 많은 배우들이 추행당했다고 고소했지만 다수 단원들은 이와 같은 지도방법에 수긍했다”고 밝혔다.
또 변호인은 지난 1996년부터 성추행이 있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제한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1996년 성추행건은 공소시효가 지나 의미 없는 부분인데 검찰이 그 이후부터도 쭉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증거자료로 정리했다”며 “이 부분은 양형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이 전 감독의 상습성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다음 기일인 오는 25일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사실 순서대로 피해자들을 상대로 증인신청을 할 계획이고 이후 정식 공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극단 단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단원 성폭행' 1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