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민변 대응문건’과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다.
민변은 6일 “오는 11일 오후 2시에 법원행정처의 민변 대응건과 관련한 참고인 조사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민변에서는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송상교 변호사 등 3명이 출석할 예정이다.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이번 조사에서 민변 측을 상대로 양 전 대법원장 재임시절 받았던 활동상의 압박과 견제에 관한 사실 관계를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상고법원제를 반대했던 하창우 전 대한변협회장과 같이 민변 변호사들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불법사찰을 받았는지 여부도 확인 대상이다. 검찰은 지난 6월29일 하 전 회장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파악한 것으로 보이는 하 전 회장의 재산사항이나 수임사건 처리 등 개인 정보 사항에 대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발표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 재임시절 법원행정처는 지난 2014년 12월29일자로 ‘민변대응전략’이라는 문건을 작성해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조단은 그러나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민변은 해당 문건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법원행정처는 지난 달 11일 "공개될 경우 법원 내부 감사 담당 기관의 기능과 활동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감사 업무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이에 민변은 다음날 이의신청을 냈다.
‘민변대응전략’이라는 독립적 문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보고용으로 작성한 ‘VIP보고서’ 문건에는 “상고심 사건의 폭증으로 상고법원제 도입이 절박하다”면서 “상고법원 도입이 좌초되면 민변 등 진보세력이 대법원 증원론을 대안으로 내세우며 최고법원 입성을 시도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 문건은 지난 6월5일 특조단이 추가 공개한 미공개 파일 안에서 발견된 것이다.
실제로 민변 회장 출신인 김선수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5년부터 최근까지 대한변협 등으로부터 총 4회에 걸쳐 대법관 후보로 천거됐지만, 대법원장 제청 단계에서 빠졌다가 5회 째 추천된 올해 대법관 최종후보로 제청됐다.
지난 6월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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