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최태원 SK 회장의 바이오·제약 분야 육성이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바이오를 반도체를 이을 그룹의 새 먹거리로 보고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투자를 지속했다.
SK(주)의 바이오 사업은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SK㈜의 바이오 관련 사업부에서 의약품 생산 사업을 시작했다. 1999년에 1공장, 2003년에 2, 3공장에서 의약품 생산이 시작됐다. 2005년에는 원료의약품 시장으로 발을 넓혔다. BMS사의 당뇨치료제 생산 물량을 수주했다. 2011년에는 바이오·제약 사업 조직을 분사해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을 설립했다. 2015년 SK바이오팜에서 분사된 원료의약품 생산 사업부문은 SK바이오텍으로 물적분할했다.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 모두 SK㈜의 자회사다. 지난해에는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인수했다.
미국 엠팩의 생산시설 전경. 사진/SK주식회사
SK㈜가 12일 이사회에서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개발 및 생산업체(CDMO) 엠팩(AMPAC)의 지분 100% 인수를 결정하면서 바이오 사업의 날개를 달게 됐다. SK㈜가 생산시설을 비롯해 바이오 관련 기업을 통째로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인수로 최 회장의 오랜 목표였던 글로벌 FIPCO로의 도약에 바짝 다가서게 됐다. FIPCO란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생산·판매·마케팅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종합제약사를 말한다. 신약 하나로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미국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FIPCO로의 성장은 국내 제약사에 전례가 없는 도전이다.
SK의 바이오 사업은 하나둘씩 성과를 내고 있다.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신약인 뇌전증 치료제(Cenobamate)는 3상 임상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연내 미국 FDA 신약승인신청도 앞두고 있다. 기술 수출 없이 글로벌 임상 3상을 독자 진행한 것은 국내에선 SK바이오팜이 최초다.
SK바이오팜은 미국 법인에 마케팅 조직을 설립했다. 업계 최고의 전문가들을 채용함으로써 글로벌 판매 및 마케팅에도 시동을 걸었다. Cenobamate의 연매출은 미국에서만 1조원 이상으로 예측된다. 통상 특허가 만료되는 10여년 동안 수익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제2, 제3의 신약의 탄생도 가능하다. Cenobamate의 시판이 결정되면 SK바이오텍이 신약의 원료의약품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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