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대구은행장…"9월 재논의 전망"
대구은행장, 5개월째 공석…정기 이사회서 임추위 구성 논의 안돼
'CEO리스크' 최소화 위해 하이투자증권 인수 후 행장 선임 추진키로
2018-08-16 16:26:17 2018-08-16 16:26:17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차기 대구은행장 선임 작업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김태오 DGB금융지주(139130) 회장 취임 이후 그룹 내 과감한 인적 쇄신이 이뤄졌음에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구은행장 자리는 5개월째 공석인 데 따른 것이다. 은행 안팎에서는 그룹 숙원 사업인 하이투자증권 인수 이후에야 선임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DGB금융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지난 13일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은행장 선출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구성 등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행장 선임을 위해서는 이사회에서 임추위를 구성한 후 행장 공모, 면접 등의 일정을 논의하게 된다.
 
DGB금융 한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논의된 구체적인 안건을 세세하게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은행장 선임은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마무리되는 9월말 이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대구은행 수장자리는 지난 3월 박인규 전 DGB금융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물러난 이후 5개월째 공석이다. 앞서 DGB금융은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존재했던 회장과 행장직 겸직 체제를 분리하고 차기 행장 후보로 김경룡 전 DGB금융회장 직무대행을 내정했다. 하지만 김 내정자 역시 특혜 채용 청탁 사태에 연루된 데 따른 부담 등으로 자진 사퇴했다.
 
대구은행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최고경영자가 금융감독기구로부터 중징계 이상의 제재를 받거나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그 직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은행은 비상경영계획 승계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비상경영계획 승계절차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최종 직무수행일 40일 이내에 개시되며, 이사회는 40일 이내로 최고경영자 후보를 심의 확정하고, 주주총회에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안건을 부의해야 한다. 그러나 김 내정자 사퇴 이후 40일이 지났음에도 대구은행 이사회에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DGB금융이 올해 하반기 계열사 임원 60%를 물갈이 하며 발 빠르게 인적쇄신을 단행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DGB금융은 지난 5월말 김태오 회장 취임 이후 한 달여만에 지주 및 계열사 임원 17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일괄 제출받고 11명의 사표를 수리한 바 있다. 또 13일에는 자회사인 DGB페이 사장을 선임하고, 내부통제시스템도 정비했다. 이를 통해 조직안정과 그룹 신뢰도를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대구은행은 박명흠 부행장이 직무를 대행하고 있지만 행장 선임 절차가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면서 여전히 회장-행장 겸임 체제로 이뤄지는 모습이다. 직무대행체제로 은행 경영전략을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그룹 내에서는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앞서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12월 제출한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승인신청서가 대주주 적격성 등에 발목이 잡히며 반려됐던 만큼, 만전을 기한다는 복안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지난달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신청서를 다시 제출하고 금융당국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CEO리스크 등) 우려했던 부분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분기별로 열리는 정기 이사회가 아니더라도 급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임시 이사회를 열고 논의할 수 있다”며 “(하이투자 심사가) 2~3개월 걸리니 9월말 이후에는 다시 행장 선임을 추진하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회장의 조직 장악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김태오 DGB금융회장이) 외부에서 오다보니 조직장악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대구은행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행장의 영향 또한무시할 순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회장과 행장 간 밸런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선임작업에도)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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