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금융소비자의 편익 및 개인정보 강화 등을 위해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권 블록체인 공동인증’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금융투자·생명보험업계가 공동인증을 위한 시스템을 개발 또는 발표하고 있는 반면 손해보험업계는 공동인증 시스템 구축을 사실상 포기했기 때문이다.
5일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손해보험업계는 블록체인 방식을 활용한 인증시스템 개발하고 금융권간에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블록체인 공동인증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추진할 계획은 없으며 다른 손보사들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라며 "은행이야 고객들이 인증을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보험쪽은 얼마나 활용될지도 모르고 생체인증 등 다른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업권에서 개발한 블록체인 공동인증에 대한 지적들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블록체인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블록체인은 중앙집중기관 없이 시스템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거래정보를 기록, 검증, 보관함으로써 거래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분산장부 기술이다.
금융위원회는 블록체인 공동인증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2016년11월 금융권 블록체인 공동 컨소시엄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각각의 업계에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인증 시스템을 개발하면 공통분모인 블록체인에 등록된 인증서로 모든 금융업권에서 인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블록체인 공동인증이 활성화 되면 금융소비자의 정보보안 및 인증기술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으며, 금융소비자가 각기 다른 금융권에 인증등록을 각각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블록체인 보안업체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통해 공동인증을 할 경우 무결성을 강화할 수 있고 업권 간에 동등한 신뢰성을 연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의도에 맞춰 금투업계는 지난해 10월 말 블록체인 기반 금융투자업권 공동인증서비스인 ‘체인아이디(CHAIN ID)’를 가장 먼저 발표했다. 이어 은행업계 또한 지난달 27일 블록체인 플랫폼 기반 첫 사업인 은행공동인증서비스 ‘뱅크사인’을 공식 오픈 했다.
조금 늦은 생명보험업계는 지난해 4월 생보협회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현재 주사업자로 삼성SDS를 선정한 생보협회는 내년 초 시범사업 시작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손보업계가 블록체인 공동인증 시스템 개발에 손을 놓으며 사실상 전 금융업권 간 공동인증은 어렵게 됐다.
현재 이용중이거나 개발중인 인증체계도 있는데 굳이 블록체인을 통한 인증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매력이 없다는 이유다. 여기에 보험사간 인증체계 수준차도 걸림돌 중 하나로 꼽는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다 똑같이 인증체계에 투자하고 있는 게 아니라서 업체마다 블록체인 인증에 대한 인식이 다를 것"이라며 "인증체계 구축이 미흡한 곳이야 환영하겠지만 충분한 인증체계를 구축했다고 판단하는 보험사는 필요없는 사업비가 지출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블록체인 공동인증이 당장 강제성은 없지만 추후 손보업계가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권 공동인증 자체가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업계 자율에 맡긴 사업이긴 하다"라며 "다만 블록체인의 기술이 보험금 간편청구 등 서비스로 확장되면 현재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인 생보업계와 달리 손보업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소비자의 비난을 받는 리스크를 지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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