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대법원이 재판 개입 의혹을 불식시키겠다며 최근 각급 법원의 주요사건 등 보고를 받지 않기로 했지만, 청사보안 등 법원 내 업무혼선과 재판 당사자를 포함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 등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27일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의 경우 일정을 알고 있어 사전 대비가 가능하지만 아직 시작되지 않은 사건의 경우 언제 재판날인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 재판부에서 방청객을 제한할 때는 미리 공문을 보내오지만 그것도 언제 올지 알 수가 없다”며 “예전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언제 재판이 있을지도 예측이 가능했는데 이제 언론 보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원 내 방청객 제한 등의 관리 업무에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원 내에서는 벌써부터 기존 예규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내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법원 관계자는 “이미 중요사건으로 분류됐던 사건의 경우에도 중요사건 기준 자체를 다 없앴고 앞으로 나올 신건들은 뭐가 중요사건인지 알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법원 역시 이번에 처음 겪는 일이라 한 달 쯤 진행해보고 사건 관리나 청사보안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한 점이 발견되면 지침을 별도로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6일 ‘중요사건 접수 및 종국 보고 예규’를 폐지해 각급 법원으로부터 받아왔던 영장결과를 비롯해 중요 부패범죄 사건과 국민참여재판 등에 관한 접수 및 종국 보고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일부 보고 행위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연관돼 마련된 조치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들도 판례를 전부 검색할 수 없으니 기사를 통해 판결 내용을 확인하는데 이런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면 폭 넓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고 당장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라며 “사법농단의 폐해가 크기 때문에 예규를 다시 만들 수는 없겠지만 공개재판의 취지를 정립하기 위해 법원이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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