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18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디 아넥스 호텔. SK 최고경영진이 속속 호텔로 입장했다. 오전 8시를 갓 넘긴 이른 시간이었지만 CEO들은 발표 서류 한 뭉치를 손에 들거나 백팩을 메는 등 마치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모습을 연상케 하며 호텔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CEO들은 사회적 가치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장동현 SK㈜주식회사 대표는 기자와 만나 "첫날에는 사회적 가치 창출 방안에 대해 주로 토론을 했다"며 "우리는 오늘 발표하며 토론은 특별히 끝나는 시간을 정하지 않고 진행된다"고 말했다. 서진우 수펙스추구협의회 인재육성위원장은 "CEO들이 사회적 가치에 대해 많은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남북 경제협력 관련해 SK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따로 답을 하지 않았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와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 이인찬 SK플래닛 대표 등 주요 계열사 CEO들도 오전 9시까지 호텔 입장을 마쳤다.
17일부터 19일까지 2박3일간 SK CEO 세미나가 진행된 제주 서귀포시의 '디 아넥스' 호텔. 사진/박현준 기자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SK CEO 세미나는 오는 19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비공개로 진행된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디 아넥스 호텔은 3일간 철통 보안 속에 SK 경영진을 맞이했다. 호텔은 세미나 기간 동안 일반 손님을 받지 않으며, 로비에도 보안 요원을 배치해 SK 관계자가 아닌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했다. 외부와 차단된 장소에서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SK 최고경영진은 그룹의 전략 방향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을 이어갔다.
특히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방안에 대한 토론이 첫날부터 이튿날까지 치열하게 이어졌다. 최 회장은 기존의 경제적 가치에 사회적 가치를 더하는 개념으로 기업의 개념을 새로 정의했고, 두 가치의 결합을 통해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 혁신과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의무 이행을 모색 중이다. 이번 세미나의 첫 주제는 '사회적 가치 실행력 제고'였다. CEO들은 최근 1년간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시도한 방안 중 효과가 있었거나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공유했다. CEO들이 차례대로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면 다른 CEO들과 임원들이 그에 대한 의견 등을 제시하며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 회장은 세미나 첫날 토론 과정에 일체 개입하지 않은 채 주요 발언에 대해 직접 메모를 해가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둘째날에는 토론의 진행자 역할을 맡으며 첫날보다 적극적으로 세미나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세미나 마지막 날인 19일 모든 토론이 마무리된 후 자신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토론 과정에 개입하면 토론의 방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첫날 멘트를 하지 않고 지켜만 봤다"며 "마지막 날 정리 차원에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 세미나에 집단토론 방식이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까지는 CEO들이 차례로 발표하고 그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심도 있는 토론을 이어가자는 취지로 집단토론 방식이 도입됐다. 이번 세미나는 명확한 결론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CEO들이 그룹의 전략 방향인 딥 체인지(Deep Change)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CEO들은 사회적 가치 추구 외에 ▲비즈니스 모델 혁신 가속화 ▲HR 제도 개선 ▲R&D(연구개발) 시스템 개선 등에 대해서도 토론을 펼친다. 이번 세미나에는 최 회장과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관계사 CEO와 임원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제주=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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