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한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자 김상조 위원장이 직접 달래기에 나섰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과 관련해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하도급법에 대해서는 "올바른 거래 관행을 만드는데 힘써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과 하도급법 시행령의 취지 등을 설명하고 기업들의 이해를 구했다. 지난 8월 공정위는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일까지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미국 상공회의소 등 국내외 16개 단체가 의견을 제출했다. 공정위는 의견을 수렴한 최종안을 지난 18일 규제개혁위원회에 상정했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이날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을 개편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기업들이 창의와 성실을 갖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문제가 있는 법 조항들을 하나하나 개정하기보다 전면 개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 대안을 도출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예측 가능한 공정거래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공정거래법 개편안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 해소에도 공을 들였다. 제출된 의견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경성담합 전속고발제 폐지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경쟁법은 형벌 조항이 없거나 최소화 돼 있다"며 "이를 정비하면서 국민경제에 피해를 입히는 경성 담합에 한해서만 전속고발제를 없애고자 한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공정위와 검찰이 중복해서 경쟁적으로 수사에 나서려는 것은 국가경제에도 손해"라며 수사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 쪽에 특정 부서를 지정해 기업들의 자진 신고 내용들과 수사 진척 상황 등을 공유하는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시행령을 비롯한 하위 규정에 이 같은 내용들을 담겠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 편취 규제와 관련해서도 김 위원장은 "내부거래 자체를 죄악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행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불공정 거래행위 부당 지원에 대해 판례를 근거로 상세한 지침이 마련된 것과 마찬가지로 사익 편취에 관한 예규도 내년 중으로 지정해 기업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취임 초기 역점을 뒀던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대해서는 "이미 과거사가 됐다"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그룹 중 현대차와 영풍만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 기업들도)조만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순환출자 고리가 10만개가 넘었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정책 자원을 투입해야 할 시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8일부터 시행된 하도급법 시행령에 대해서는 상벌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계약서가 없어서 생기는 분쟁이 너무 많다"며 "중소기업과 거래할 때 계약서와 기술자료 요구서 등 기본적인 서면 자료는 반드시 발부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이는 결국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지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불공정 거래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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