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이동통신사들은 단말기완전자급제(이하 자급제)의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이통사와 제조사, 유통망, 소비자 모두 요금제와 단말기를 연계해 판매하는 방식에 익숙하다. 그만큼 오랫동안 유지한 판매 방식을 자급제로 변경할 경우 미칠 영향은 누구도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SK텔레콤은 자급제 방식에 대해 긍정적이다. 프리미엄 단말기 출고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으면서 제조사들간의 경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단말기 할부금과 통신 요금이 함께 청구되는 기존의 방식이 자급제로 분리되면 통신요금 수치만 고지서에 찍힌다. 이통사는 사실 통신 요금은 이정도였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SK텔레콤은 제조사의 단말기를 구매해 대리점에 유통하는 역할을 직접 하지 않고 관계사인 SK네트웍스가 맡고 있다. SK텔레콤은 현재도 단말기 판매 매출이 자사의 매출로 잡히지 않아 자급제로 단말기와 통신 서비스 판매를 분리한다고 해도 매출 하락의 부담이 없다.
KT와 LG유플러스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사는 SK텔레콤과 달리 단말기 판매 매출이 자사의 매출로 잡힌다. 단말기 판매분이 매출에서 빠지면 실적에도 타격이다. KT의 지난해 연간 상품매출은 3조2642억원이다. 상품매출의 대부분은 스마트폰 판매 매출이다. LG유플러스의 지난해 연간 단말매출은 2조8732억원이다.
자급제로 대리점의 역할이 모호해질 경우 각 사의 직영대리점에 대한 고민도 커진다. 직영대리점은 각 이통사들이 직접 운영한다. 직영대리점 직원들의 직무 전환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단말 유통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도 역할이 없어진다. 이통 3사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 등 비통신 사업에 힘을 쏟으며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지만 여전히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은 무선 사업이 맡고 있다.
제조사들도 신중한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26일 마무리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법제화되면 따를 것", "정책 방향이 정해지면 따를 것"이라고 각각 입장을 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현재 제조사들은 이통사들에게 단말기를 판매하고, 이통사들이 소비자들에게 다시 판매한다. 제조사들에게 이통사들은 안정적으로 단말기를 판매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자급제로 이통사들이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할 경우, 제조사들이 다른 판매 주체에게 직접 단말기를 공급해야 한다. 그 역할은 판매점과 대리점들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급제를 강제하는 법안도 발의돼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제한적 완전자급제는 제조사의 특수관계인 삼성디지털프라자·LG베스트숍과 하이마트·전자랜드 등 대규모 유통점, 이통 3사 자회사 등은 단말기 판매를 금지하도록 했다.
정부는 자급제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보다 시장에서 제조사와 이통사가 스스로 각자 경쟁하도록 유도하자는 입장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6일 종합감사에서 "꼭 자급제 법제화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며 "선택약정할인율 25%가 유지돼야 하며 유통망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고 새로운 쪽으로 옮겨갈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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