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광주형 일자리가 다시 지난한 재협상을 앞두게 됐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대타협을 바탕으로 임금은 다소 낮추더라도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출마를 앞두고 '광주에 연봉 4000만원 수준의 일자리 1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약하면서 공론화됐다.
이후 현대차가 올해 6월1일 광주시에 '광주형 일자리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현대차는 "광주시가 사업 주체가 돼 기업 등 여러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자동차 생산 합작법인과 관련해 광주시가 투자를 요청해왔다"면서 "투자자의 일원으로 참여할 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의향서를 체출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는 투자가 확정되더라도 신설법인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비지배지분으로 일정 지분만을 투자해 경제성을 갖춘 신규 차종의 생산을 위탁해 공급받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논의 초기에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광주시가 현대차에 투자비의 최대 10% 보조금을 비롯해 취득세 75% 감면, 재산세 5년간 75%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했고 현대차도 6월4일 빛그린산업단지를 방문해 실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용섭 광주시장이 정권 초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는 점에서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의 반발이 뒤따랐다. 노조는 사측이 광주형 일자리에 의향서를 제출한 직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은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권 승계 실패, 경영위기라는 곤궁한 처지를 타개하기 위해 광주형 일자리 투자 결정을 내렸다"면서 "광주형 일자리가 정규직 임금수준을 4000만원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시키고 고용불안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사측의 지분투자 방침은 단체협약 제40조(하도급 및 용역전환), 41조(신기술도입 및 공장이전, 기업양수·양도)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당초 양측은 6월19일 광주시청에서 완성차 합작법인 투자 협약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노조의 반발 외에도 광주시와 현대차 간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은 기약 없이 지연되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10월부터 광주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논의가 재개됐다.
이 시장은 10월1일 정례조회에서 "현재 가장 해결이 절실한 과제 중 하나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성공"이라며 "한국노총이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하지 않다고 했는데 노동계와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국정상설협의체 1차회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노사 간 새로운 협력모델인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초당적으로 지원한다' 등 12개 항목에 합의한 점도 힘을 실었다.
협상이 급물살을 타자 현대차 노조는 '총파업도 불사한다'며 수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반대 입장을 지속적으로 나타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를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 지난달 12일 이 시장과 정진행 현대차 사장이 비공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임금 3500만원, 5년간 단체교섭 유예 조건을 제시했고 반면, 광주시는 연봉 4000만원 수준, 매년 교섭 등을 내세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특히 현대차는 초기 논의됐던 조건이 수정된다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광주시는 현대차는 물론 지역 노동계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해 다시 무산 위기를 맞았다.
양측은 지난 4일 잠정합의를 이뤘지만 5일 한국노총이 반발하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당초 광주시는 5일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잠정 합의안 의결이 이뤄지면 6일 현대차와 최종 협상을 하려 했다. 그러나 잠정합의안에 '신설법인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예기간은 조기 경영안정 및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누적 생산 목표대수 35만대 달성까지로 한다'는 조항이 문제가 됐다.
우여곡절끝에 광주시는 노동계가 반발한 '단체협약 유예 조항'을 제외하는 등 수정안으로 현대차와 재협상을 벌이기로 했지만 현대차가 다시 광주에 공을 떠넘기면서 지난한 재협상의 기로에 섰다. 경우에 따라서는 광주형 일자라기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자리 사업 기획에 참여해 온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번 사업이 성사된다면 국내 자동차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고비용 저효율' 문제가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며 "성공 사례로 발전해 긍정적인 효과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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