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가 저긴데'…사법농단 의혹 수사 '위기'
법원 "공모관계 의심" 판단, 양 전 대법원장 연결도 사실상 부정
2018-12-08 06:00:00 2018-12-08 15:14:5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기각으로, 8부능선을 넘던 '사법농단 의혹' 사건 수사가 위기를 맞았다. 특히 법원이 영장 기각 사유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두 전 대법관의 공모관계가 부정된다고 본 것은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공모관계에 대한 예비적 판단으로 볼 수 있어 검찰이 난감한 눈치다.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박병대(오른쪽 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과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의 구속 영장을 기각해 7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임명헌·명재권 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7일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전 대법관 등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 모두 구속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각각 기각했다.
 
임 부장판사와 명 부장판사가 내놓은 각각의 심사결과에서 표현은 다소 다르지만, '공모관계 성립'에 대한 의문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박병대+임종헌' 또는 '고영한+임종헌' 관계에 대한 부정이다. 임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 심사에서 '범죄혐의 중 상당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명 부장판사도 고 전 대법관에 대해 "본건 범행에서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행태,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서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에 비춰 구속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실무 법관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검찰은 이 사건 자체를 "개인의 일탈이 아닌 철저한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로 규정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도 영장이 기각되자 즉각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법이고 상식"이라면서 "하급자인 임종헌 전 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직근 상급자들인 박병대·고영한 전 처장 모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전 대법관 등 두사람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병대+임종헌' 또는 '고영한+임종헌'이 문제가 아니라, 윗선인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앞서 한 고위 검찰 간부는 "영장 청구한 대상은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 청구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영장심사 결과를 다른 각도에서 풀이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두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 모두 '현 단계에서' 구속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적시한 것은 검찰로 하여금 보강조사를 촉구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법원의 영장기각사유 분석과 보강에 들어갔다. 이르면 다음주 중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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