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서태평양 바다 한 가운데 해저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이름을 딴 '해산(海山)'이 있다.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지난해 최종 확정한 명칭은 '키오스트 해산'. KIOST의 대형 해양과학연구선 이사부호가 첫 탐사에서 찾아낸 수중화산으로 전 세계 학계에서 인정 받아 공식 지명이 됐다. 또 지난 6월에는 인도양 공해상에서 일본과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4번째로 열수분출공을 발견했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은 "KIOST의 심해 정밀탐사 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성과로 글로벌 해양강국으로 가기 위한 도약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원장의 목표는 KIOST를 세계 5대 해양연구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KIOST의 대형 성과들이 실용화, 산업화로 이어지고 곧 국가와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도 갖고 있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21일 서울 강남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김 원장을 만났다.
김웅서 해양과학기술원 원장./이해곤 기자
38년 동안 해양분야 연구에 매진했다. 어떤 계기로 해양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서울에서 태어나 바다와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쓴 '해저 2만리'에 심취해 바다를 동경하게 됐다. 대학에서는 생물학을 공부하다가 바다생물의 신비에 빠져 해양학을 공부하게 됐고, 이후 미국에서 해양생태학을 공부하며 지금까지 바다와 인연을 맺고 있다. 대양 탐사에 주로 참여했고, 수심 5000미터가 넘는 태평양 바닥까지 프랑스 심해유인잠수정을 타고 내려가 탐사한 경험도 있다. 해양실크로드 탐험대장을 맡기도 했다.
해양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로 손꼽히기도 한다. 연구에 매진하다 이제는 KIOST를 책임지는 위치가 됐다. KIOST를 직접 소개해달라.
KIOST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합해양연구기관으로, 1973년 10월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부설 해양개발연구소로 시작해, 2012년 7월 1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 재출범했다. 남극과 북극에 과학기지를 운영하는 극지연구소와 해양플랜트 및 조선 분야의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를 부설기관으로 두고 있으며, 우리나라 곳곳에 분원과 해양과학기지는 물론 세계 곳곳에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후·해양환경 변화 대응, 해양전략자원 개발, 첨단해양공학기술 창출, 해양영토관리 등을 연구하고 있다. 해양환경 변화에 따른 생태계 반응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연구나 항만·해양구조물에 대한 기술 개발에 토대를 제공한다. 해양자원을 탐사하고 광물자원 개발역량을 확보하는 것도 우리가 하는 일이다.
원장 취임 이후 조직 운영의 목표는 어떻게 잡고 운영하고자 하나.
대한민국 최고의 해양과학기술 인재들이 모인 KIOST를 세계 유명 해양연구기관과 경쟁을 통해 '해양과학기술 분야 글로벌 리더'로 만드는 게 제 목표다. 무엇보다 우수인력 확보와 최첨단 연구 인프라 확충을 이뤄 KIOST만이 할 수 있는, KIOST를 대표하는 대형 간판과제를 발굴해 임기 중 중점 추진하고자 한다. KIOST가 개발한 연구 성과가 국가와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실용화·산업화 단계로 이어지도록 독려하며, 해양과학문화 확산에도 주력하고자 한다.
김웅서 해양과학기술원장이 해양 분야 최고경영자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어떤 면에서 한국은 해양과학 연구의 후발주자다. 현재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해양수산기술 수준 분석자료에 따르면 국가별 해양수산과학기술 수준은 2016년 기준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유럽연합(EU) 97.8, 일본 95.1, 한국 80.6, 중국 75.5 순이다. 우리나라와 세계 최고기술국과의 기술격차는 5.3년으로 2010년에 비해서는 1.3년이 줄었다. 무서운 것은 중국이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에서 일본은 심해 6500m까지 잠수해 심해환경을 연구할 수 있는 유인심해잠수정 '신카이 6500'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후 중국은 2017년 중국은 심해 탐사 유인잠수정인 자오룽호로 6700m 깊이까지 잠수하며 세계기록을 세웠다. 일본은 자존심을 구겼고, 미국도 중국을 경계하다가 부러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시진핑의 해양굴기 투자가 무서울 정도다. 과학기술은 국가의 자존심 싸움과도 같다. 특히 심해나 극지 개발은 과학기술에 산업적 역량도 뒷받침 돼야 한다. 국민들의 지지도 있어야 연구 활성화가 가능하다.
해양위성(천리안) 영상처리시스템, 해양미생물 기술을 활용한 바이오수소 생산기술 등은 한국이 세계에서 앞서가는 분야라고 알고 있다.
해양 심해열수구의 고온에서 서식하는 고세균을 발견했다. 고세균에서 바이오수소를 생산하는 균주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 성과다. 쉽게 말해 생물을 이용해 수소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이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초고온 고세균의 이름은 '써모코서스 온누리누스NA1(Thermococcus onnurineus NA1)'이다. KIOST의 종합해양조사선 온누리호를 통해 발견한 성과라는 의미로 이름이 붙여졌다. 현재 현대제철소에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실증연구가 진행 중이다. 아직은 만화같은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수소를 만드는 플랜트를 배에 설치하면 선박은 다른 에너지 공급이 없이 수소만으로 운항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연료 공급이 별도로 필요없는 그야말로 스마트그린십이 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상상력이 현실로 이뤄지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대양 해양과학조사선 이사부호. 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KIOST에는 대형 해양과학조사선 이사부호도 있다. 본격적으로 항해를 시작하면서 큰 성과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사부호를 통해 전 세계 바다를 실험실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이사부호를 이용해 인도양 공해에서 수행한 탐사 연구에서 일본·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4번째로 새로운 심해 열수분출공을 발견했다.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 탐사에서 얻은 다양한 생물연구 자료는 열수생성 기작, 지구 내부물질 순환 등의 연구와 극한 열수 생태계의 기능 및 구조 규명 연구에 활용한다. 생물 다양성과 유전자원 활용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 연구에도 활용 가능하다. 2월에는 서태평양 해산 탐사를 수행하던 중 괌 동측의 공해상에서 대규모의 원추형 수중화산을 발견했다. KIOST는 화산을 '키오스트해산' 이라고 명명했다. 이는 곧 국가지명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고, 올해 10월 해저지명 소위원회해 국제 공식지명으로 등재됐다. 이 뿐이 아니다. 태풍이 발생하거나 강화되는 북서태평양 해역으로 매년 여름 탐사를 나가 태풍 발생 전후의 해양과 대기의 상태를 조사·분석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태풍의 발달에는 바다의 수온과 혼합층의 깊이에 따라 달라지는 해양의 열용량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세기가 강해지는 급강화 태풍의 원인을 바다에서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심해저광물자원개발 사업 등 해양자원개발을 위한 여러가지 연구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미래자원 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육상금속자원의 고갈과 산업의 발전에 따라 급속히 증가하는 금속수요로 공해상 광물자원을 선점하고 개발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도 현재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 망간각 세 개 광종에 대해 육상면적보다 넓은 광구지역의 독점적 탐사권을 보유하고 있다. 개발 유망광구 선정 및 환경연구를 해양수산부 연구개발사업으로 지속 추진하고 있다. 국가간 원개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기반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본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KIOST는 신광물자원과 생물 신소재 발굴을 위한 대양탐사를 확대·병합해 내년에 시행할 계획이다. 대양탐사를 전 지구규모로 확대하기 위한 대형 정부 연구개발(R&D) 사업도 추진한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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