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두고 탈원전·탈석탄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성에 전문가 대다수가 동의했다. 하지만 학계와 연구기관 전문가들은 '속도조절론'을 제기했고, 업계는 '규제 철폐'를 통한 속도전을 요구하는 등 사안에 따라 입장차를 드러냈다. 학계와 연구기관은 과도한 목표 설정과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경계했고, 업계는 산업 육성과 활성화의 필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1일 <뉴스토마토>가 집계한 설문을 통해 학계와 업계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평가와 온도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를 보면 학계와 연구기관 사이에서는 탈원전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30.0%에 불과한 반면,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35.0%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업계는 응답자의 90.0%가 긍정적이라고 해 대조를 보였다.
특히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서는 평가가 더욱 극명하게 갈렸다. 학계와 연구기관은 응답자의 65.0%가 '달성 불가능하다'와 '쉽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업계는 90.0%가 '달성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이어 학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시한 재생에너지 비중 20%의 목표치는 '너무 높다'는 평가를 했고, 이어진 적정 수준을 묻는 물음에는 절반 이상이 10~15% 수준이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10월2일 경기 고양 일산서구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신재생 에너지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에너지공단이 주관하는 당시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인 303개사가 참여해 에너지 전환, 중소기업 수출 지원, 일자리 창출, 국민 참여의 장을 펼쳤다. /뉴시스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 요소인 탈원전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뉘어졌다. 학계와 연구기관은 55.0%의 응답자가 '부정적'이라고 봤고, 업계는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80.0%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탈원전 시점의 경우 학계와 연구기관은 50.0%가 탈원전 시기를 현재 '목표보다 늦춰야 한다'고 응답했고, 업계는 90.0%가 '시기가 적당하거나 앞당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허균영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발전소 폐로 시점을 보면 탈원전 시기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여러 여건을 감안했을 때 오히려 이보다 급작스럽게 시기가 당겨질 수도 있다"며 "업계나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합법성을 지니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너지 믹스의 한 축인 원전 비율은 국내외 상황에 따라 오르내릴 수 있는 부분"이라며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이 정책을 추진하면서 굳이 한 가지 방안을 완전히 포기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탈원전이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 것이다.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과제 질문에서 업계 응답자의 90%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라고 답했다.
3차 에너지 기본계획 워킹그룹이 권고한 204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목표 비중인 25~40%를 두고서는 학계와 연구원 60.0%는 '높다'고 답했으나, 업계는 70.0%가 '보통'이라고 생각했다. 학계와 연구원의 70.0%는 이 목표치에 대해 20~30% 비중이 적당하다고 생각했고, 1명의 응답자는 목표의 절반 수준인 15%가 돼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반면 업계의 90.0%는 40%를 목표로 잡아야 한다고 답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11월7일 서울 여의도 한전 집무실에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의 권고안을 제출받고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제공=산업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부작용 질문에서도 학계와 연구원은 '지역 수용성 제고(35.0%)', '저장장치나 계통연결 기술력 부족(30.0%)', '높은 에너지 단가(10.0%)', '지나친 태양광 편중(10.0%)' 등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한 반면 업계는 70.0%가 '저장장치나 계통연결 기술력의 부족'을 지목했다.
새롭게 논의가 시작된 에너지 수요관리 측면에서 에너지 소비 패턴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방안에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학계와 연구원은 50.0%가 '계절별·용도별·지역별 에너지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고, 업계는 응답자의 70.0%가 '에너지 절약 시 인센티브 등의 방식으로 보상'을 통해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그룹의 의견 차이는 정책을 바라보는 방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학계와 연구기관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두고 다양한 사회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뚜렷하지만 업계는 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은 결국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성패가 달려 있다"며 "정부가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완화 방향을 잡고는 있지만 여전히 지역에서는 규제에 발목이 잡혀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우려했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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