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산업1부 기자
국내 자동차 업계가 당면한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4222억원으로 전년보다 47%나 하락했다. 현대차는 지난해만 해도 분기별 1조 내외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3분기 2889억원, 4분기 5011억원으로 1조원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했다.
기아차도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대를 간신히 넘겼지만 2015~2016년 실적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쳤다. 현대·기아차는 그래도 연간 조 단위의 이익을 내고 있지만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고 수입브랜드 인기가 식을 줄 모르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는 노사가 합심해도 위기 극복이 쉽지 않지만 노사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위기는 더 심화돼가는 형국이다. 대표적으로 광주광역시와 현대차가 추진 중인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현대차 노조는 지금도 결사 반대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임금이 하향 평준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 수준을 다소 낮추더라도 지역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경제 활성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좋은 의도로 시작됐지만 이같은 노조의 반대로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 역시 노사가 임단협을 아직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올해 9월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만료된다. 지난해 위탁생산 물량은 10만7245대로 르노삼성이 생산한 22만7577대의 절반 수준이다. 르노-닛산 간 갈등이 마무리되더라도 임단협 지연이 계속된다면 본사 물량 배정에 있어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철수설이 제기된 후 노사 간 극한 대립으로 법정관리 문턱까지 갔고, 당시 실추됐던 브랜드 이미지가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연구개발(R&D) 법인분리 사안은 현재 진정국면에 들어섰지만 철수설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언제든지 양측 대립은 재점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사정은 이렇지만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업체들끼리 합종연횡에 나설 정도로 시장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2019 CES'를 계기로 자율주행, 가상현실, 커넥티드카, 친환경차 등 패러다임의 변화가 구체화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노사의 소모적인 갈등은 위기를 넘어 공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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