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미소금융..'美笑'야 '微少'야?
대출문의 고객 하루평균 10여명 불과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자격 완화' 목소리 고조
2010-04-08 10:55:20 2010-04-08 15:44:57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미소금융의 대출조건이 까다로워 미소금융 지점을 찾는 사람이 하루 평균 1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하게 지점을 늘리기보다는 대출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하루 평균 3명 상담..사실상 '개점휴업'
 
서울 지하철역 인근의 한 미소금융지점은 2월 문을 열었을 때 오전 9시만 돼도 번호표를 받고 대기해야 할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하루 평균 10여명, 많을때는 20명 정도만 지점을 찾는다.
 
상담 창구 인원이 세 명이니 한 명당 하루 평균 3명을 상담하는 셈이다. 상담시간도 길어야 한 시간이기 때문에 결국 업무 시간 중 절반은 찾는 사람이 없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지점 관계자는 "서울 중심지라 접근성은 좋지만 자격요건이 깐깐하다는 얘기를 듣고 찾는 발길이 뜸해졌다"고 말했다.
 
지방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방광역시에 위치한 한 미소금융지점 관계자 역시 "많을때는 20명 정도지만 최근에는 10여명 정도만 찾는다"고 말했다.
 
미소금융의 대출실적도 형편없다. 작년 12월 15일 이후 지난달 24일까지 상담인원은 1만9041명이었지만 581명에게 41억원만 지원됐다. 100명 중 3명만이 대출을 받은 격이다.
 
금융위원회의 애초 목표는 미소금융이 10년 동안 25만 가구를 지원하는 것이었지만 현재 추세라면 1년에 2500명, 10년이 돼도 2만5000명에 불과하다.
 
◇ 자격 조건 엄격
 
이같이 미소금융을 찾는 발길이 급감한 것은 자격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기 때문.
 
보유 재산 대비 채무액이 50%를 넘거나 대도시(특별.광역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기준으로 1억3500만원 이상 재산이 있으면 미소금융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전세자금, 가게 임대 보증금도 재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상 대도시에 전세집이 있거나 작은 가게를 가진 영세자영업자라도 대출이 어렵다.
 
대출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점에서 대출 상담 후 신용조회를 통해 대출적격자로 판단되더라도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자활의지가 있는지 사업 형태는 어떤지 서류상으로 때로는 미소금융재단 직원들이 직접 확인한다.
 
미소금융재단 관계자는 "실제로 사업을 하는지 사업 형태는 어떤지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때로는 컨설팅 등의 이유로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저신용자대출이라도 보통 하루, 제2금융권의 경우에는 보통 당일 대출이 이뤄지는 것과 비교하면, 당장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겐 미소금융은 '느림보 거북이'일 수 밖에 없다. 
 
◇ "배보다 배꼽 커질수도"
 
금융당국은 현재 30개인 미소금융지점을 상반기 안에 추가로 25개 이상 늘릴 예정이다. 이중 20개가 수도권 이외 지역에 설립된다. 지방접근성은 좋아지겠지만 대출조건이 여전히 까다롭다면 지금보다 미소금융지점을 찾는 발길이 더 뜸해질 수 있다.
 
미소금융의 운영상 미숙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달 8일 금융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소금융기관 이자수입만으로 사업 고정비용을 충당하기에는 벅찰 것으로 분석됐다.
 
연간 운영비(임대료+인건비)부담만 1000억원이 필요한데 미소금융사업을 통해 얻는 이자수익(2조원 X 0.05%)이 연체가 없을 경우 1000억원에 그쳐 겨우 고정비용만 해결되는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미소금융재단 인건비가 11억7000만원(1인당 평균 7300만원)에 달해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전날 당정협의를 통해 5년간 서민금융회사와 함께 2조원을 지역신보에 출연해 10조원까지 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저축은행, 상호저축(신협, 수협)등으로 저신용자 대출이 몰릴 수 있기 때문에 미소금융을 찾는 발길은 지금보다 더 뜸해질 전망이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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