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글래스 루이스, ISS 등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오는 22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다가 실패한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번에는 시장, 주주와의 소통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엘리엇과의 표대결에서 승기를 잡은 현대차그룹은 이달말 현대오토에버 상장을 계기로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글래스 루이스는 배당과 관련해 현대모비스 제안에 찬성하고 엘리엇이 제시한 방안에 대해서는 "미래투자를 위해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보통주 1주당 4000원, 엘리엇은 1주당 2만6399원의 배당을 각각 제안한 바 있다.
글래스 루이스는 지난 10일 현대차 주총과 관련해서도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 제안에 반대하고 현대차 안에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한 바 있다. 글래스 루이스는 "급변하는 자동차 업계에서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수합병(M&A) 활동이 필수적"이라며 "대규모 일회성 배당금을 지급해달라는 엘리엇의 제안에 주주들의 지지를 권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현금배당 안건에 대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방안에 모두 찬성, 엘리엇 제안에 모두 반대 결정을 내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측은 "엘리엇은 단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에만 관심을 둘 여지가 크다고 판단된다"며 "배당은 장기적인 배당정책에 따라 안정적인 추세로 지급되는 것이 타당하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제시한 주주환원정책은 이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ISS,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도 배당 안건에 대해 글래스 루이스와 비슷한 이유로 현대차, 현대모비스 방안에 찬성할 것을 권유했다. 현대차그룹이 1년전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후 주요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권고 등에 부딪혀 포기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달라진 자세로 소통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아울러 엘리엇이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2일 주총을 앞두고 배당안 안건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뉴시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지난번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신중하게 접근했다"면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공개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차가 지난달 27일 사상 최초로 CEO가 주관하는 인베스터 데이를 진행했다"면서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던 내용에 대해서도 주요 임원들이 긴 시간을 할애해 답변하는 등 과거에 비해 소통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22일 현대차, 현대모비스 주총을 앞두고 사외이사 안건은 의결권 자문사들 간 의견이 엇갈리는 등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양사의 배당안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현대차,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선임 안건 등은 무난하게 의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향후 핵심 과제로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IT 서비스 기업인 현대오토에버가 오는 28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다면 개편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과 관련, 시장에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언급되고 있지만 현대오토에버 상장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다시 현대모비스와 합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말 미래자동차 분야 등 대해 향후 3년간 4조원 이상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자율주향과 친환경차,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등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이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집중 투자에 나서면서 현대모비스의 그룹 내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이같은 예측을 뒷밤침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연내 개편안을 마무리하려면 최소한 오는 9월까지는 새로운 방안을 발표해야 한다"면서 "현대차그룹이 최근 시장과의 소통에 진전을 이뤘다는 점에서 올해는 개편 추진에 대한 시그널만 주고 내년초 완료하는 계획을 세울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도 "현대모비스 또는 현대글로비스가 주도하는 개편안이 주로 거론되고 있고 현대차그룹에서도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면서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도 걸려 있어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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