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제조업은 모든 산업 분야의 중추 역할을 한다. 특히 한국은 조선·철강을 비롯해 반도체·휴대폰·가전까지 제조업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일궜다.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곳이 공장이다. 양질의 물품을 대량으로 빠르게 생산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5세대(5G) 통신 시대를 맞아 가장 큰 변화가 기대되는 분야 중 하나가 공장이다. 공장에 5G와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데이터분석,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도입된 것을 스마트팩토리라고 일컫는다. 스마트팩토리는 생산 라인에 부착된 수많은 센서로 품질·설비 관리를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다. 각 장비에 부착된 센서들은 분석 플랫폼으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통해 설비 상태와 이상 유무 등이 도출돼 관리자에게 제공된다. 설비의 이상 여부를 신속히 파악해 조정할 수 있어 불량률을 감소시킨다.
센서뿐만 아니라 기계에 시각을 부여한다는 의미의 '머신비전' 솔루션도 적용되고 있다. 카메라와 영상분석용 서버를 공장 내부에 설치한다. 촬영 영상을 5G망을 통해 전송해 클라우드에서 영상을 분석한다. 클라우드 기반이므로 서버의 설치 공간이 필요없다. 사람을 도와주는 로봇도 스마트팩토리에 도입된다. 기존의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로봇에서 벗어나 카메라로 촬영한 고화질 영상을 5G망으로 서버로 전송해 분석한다. 물체의 위치 정보와 불량품 유무 등의 결과가 로봇으로 다시 전송되면 로봇은 이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작동한다. 로봇이 촬영한 고화질의 영상을 전송하려면 영상의 화질과 초당 프레임 수에 따라 최대 수백 Mbps(메가비피에스)의 속도가 요구된다.
스마트팩토리에서는 AR(증강현실) 글래스의 역할도 기대된다. 현장 작업자가 AR글래스를 착용하고 설비를 비추면 그에 맞는 조작 매뉴얼이나 도면이 작업자의 시야에 나타나 효율적인 작업을 돕는 방식이다. 나아가 AR글래스를 통해 외부의 전문가가 현장 작업자와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다. 전문가가 AR글래스를 통한 영상을 보며 작업자에게 지시를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영상이나 목소리가 서로에게 전달되는 지연 속도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역할을 5G망과 클라우드가 담당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팩토리의 수는 오는 2025년 2만개를 넘어 2030년에는 약 3만개에 달할 전망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 시장은 기존 통신망을 보유한 이동통신사들과 ICT 역량을 보유한 IT서비스 기업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월 열린 MWC에서 '5G-AI 머신비전'을 전시했다. 5G-AI머신비전은 1초만에 1200만화소의 사진 24장을 촬영하고 이를 5G망으로 통해 서버로 실시간으로 전송해 불량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다. KT도 MWC에서 스마트팩토리에 적용 가능한 5G 커넥티드 로봇과 AR 서포터, 5G 기지국 솔루션 등을 선보였다.
삼성SDS·LG CNS·SK㈜ C&C·포스코ICT 등 IT서비스 기업들도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출시하고 제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들은 자사가 속한 그룹 제조 계열사의 생산라인에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우선 적용한 후 대외 고객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국내 기업들은 화웨이·노키아·에릭슨 등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도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은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사람과 설비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는 5G망이 필수적"이라며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은 한 번 도입하면 변경하기 어려워 기업들의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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