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다른 사람이 은행 현금인출기(ATM)에 두고 간 현금을 가져간 뒤 다음날 경찰에 습득 신고를 한 30대 남성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에서 벌금 50만원 형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며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능력, 절도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17년 A씨가 은행 ATM에서 꺼내가지 않은 현금 10만원을 꺼내 가져가 절도 혐의를 받았다.
1, 2심은 이씨의 혐의를 인정했다. 1심은 “사건 발생 당시 현금인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콜센터 등 관련 부서에 즉시 연락할 수 있도록 전화기가 비치돼 있었다”며 “그럼에도 이씨는 이 전화를 이용해 관련 부서에 신고하거나 후속조치를 문의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은 채 현금인출기 안에 있던 현금을 그대로 꺼내어 가버렸다”고 판단했다.
또 “이씨가 현금을 꺼내어 챙긴 직후, 현금인출기에 돈을 두고 온 것을 뒤늦게 알고 다시 돌아온 A씨가 이씨에게 위 현금의 행방을 물었음에도, 모른다고만 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며 “분실신고를 받고 자체 조사를 거쳐 이씨가 현금을 가져갔음을 확인한 은행이 이씨와의 연락을 수차례 시도했고, 24시간 이상이 경과한 후 비로소 112에 전화를 걸어 현금을 습득해 보관 중이라고 신고하기에 이른 점 등에 비춰 이씨에게 현금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2심은 “이씨는 사건 다음날 아침까지 일을 하고 오후에 일어나 곧 경찰에 신고했으므로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며 “이씨 주장에 따르더라도 사건 이후 다음날 아침까지 사이에 경찰에 신고할 시간이 충분했다고 보여 습득 직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고, 위와 같은 사정은 범행 이후의 사후적인 정황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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