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올 들어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간 ‘합종연횡’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분야에 소요되는 막대한 개발비용을 분담하고 향후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프랑스 르노그룹과의 합병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앞서 FCA는 지난 5월 말 르노에 50대 50 비율의 합병을 제안했지만 르노 주식의 15%를 소유한 프랑스 정부가 4개 요구조건을 내걸면서 무산된 바 있다.
최근 마이크 맨리 FCA 최고경영자(CEO)는 “합병을 추진하는 논리는 예전과 같으며, 만약 상황이 바뀌면 꿈이 실현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관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르노 지분을 줄일 수 있다고 밝힌 점도 FCA가 합병 재추진에 나서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FCA와 르노 간 1차 합병 논의가 무산됐기 때문에 향후 협상이 재개되면 양사 모두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합병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급변하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살아남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미래차 개발비용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조정, 플랫폼 통합 및 공유, 파트너십 체결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FCA와 르노는 합병을 통해 전기차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는 시간을 단축하고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업체들이 생존을 위한 합종연황에 나서고 있다. FCA 디트로이트 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포드와 폭스바겐은 지난달 12일 전기차 분야 등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폭스바겐은 포드의 자율주행차 플랫폼 회사인 ‘아르고 AI’에 70억달러를 투자하며, 두 브랜드는 독자적으로 자사 차량에 아르고 AI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포드는 폭스바겐의 전용 전기차 아키텍처와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MEB)을 사용하게 된다. 포드는 MEB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 모델을 설계할 계획이며, 폭스바겐은 MEB 부품을 공급한다. 짐 해켓 포드 CEO는 “포드와 폭스바겐은 앞으로도 자동차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르고 AI와의 협력 등을 통해 양사 모두 탁월한 자율주행 기술 역량을 갖추는 것은 물론 협력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차세대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MW도 글로벌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재규어랜드로버와 전기차 관련 공동 기술개발에 착수하기로 했다. 특히 자율주행(A), 커넥티드(C), 전동화(E), 공유(S)로 대표되는 ‘ACES’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BMW는 라이벌 관계인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와 지난 3월 운전자 보조시스템, 자동주차 분야 및 자율주행차 개발 등에서 협력키로 했다.
현대자동차도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퍼스트무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글로벌 업체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사우디아라비아의 종합 에너지 화학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와 수소에너지 및 탄소섬유 소재 개발 협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람코는 현대차의 승용 수소전기차, 수소전기버스를 도입해 실증 사업을 실시하고 보급 확대 가능성을 타진할 예정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분야 흐름이 빠르게 변하면서 생존을 위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도 있다”면서 “미래차 분야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글로벌 업체들이 비용부담을 낮추고 기술개발 성과를 공유하겠다는 판단에 협력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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