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올 4분기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자동차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는 4분기에도 신차 및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지만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지엠 등은 노사 갈등에 따른 파업 등으로 올해 신차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신차 출시를 통해 ‘팰리세이드’, ‘신형 쏘나타’, ‘셀토스’ 등의 신차효과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인 ‘GV80’은 11월경 출시할 예정이다. 당초 현대차는 세단 모델인 ‘G80’의 풀체인지 모델의 하반기 출시를 검토했지만 GV80 공개 시기를 앞당겼다. 이에 따라 G80 출시 시점은 내년 초로 연기됐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출범 이후 프리미엄 이미지를 표방했지만 SUV 없이 세단 위주 라인업이라는 약점이 있었다. GV80이 출시되면 메르세데스 벤츠의 ‘GLE’, BMW ‘X5’ 등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 등 고위 임원들은 지난달 20일 독일 뉘르부르크링에 위치한 테스트 센터에서 제네시스 ‘G70’을 비롯해 ‘JX(GV80)’, ‘RG3(G80)’, ‘벨로스터 N’ 등의 전략 차종들의 성능을 점검하기도 했다.
제네시스 GV80 콘셉트카 모습.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10~11월 사이 신형 쏘나타의 터보 모델과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도 선보일 계획이다. 쏘나타 터보에는 현대·기아차의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CVVD)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이 최초 탑재된다. 현대차는 3월 말 8세대 신형 쏘나타를 출시한 후 7월 말 하이브리드 모델, 이번 터보 모델까지 풀라인업을 갖춰 과거 ‘국민차’의 영광을 회복한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그랜저의 부분변경 모델도 11월쯤 선보인다. 최근 기아차 ‘K7’ 부분변경 모델(K7 프리미어) 이 지난달 기아차 내 판매 1위 및 그랜저를 제치고 준대형 세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그랜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후 그랜저와 K7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기아차는 ‘K5’의 부분변경 모델을 이르면 다음달 공개한다. K시리즈 특유의 호랑이코 그릴 등은 유지되지만 K7과 마찬가지로 풀체인지급의 변화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쏘나타 터보 모습. 사진/현대차
현대·기아차가 4분기에도 잇따른 신차 공세를 펼치지만 쌍용차, 르노삼성, 한국지엠은 특별한 신차 계획이 없다. 쌍용차는 올해 1월 ‘렉스턴 스포츠 칸’, 2월 신형 ‘코란도’, 6월 티볼리의 부분변경 모델 ‘베리 뉴 티볼리’를 연달아 내세우면서 상반기 신차 효과를 누렸지만 하반기에는 지난달 ‘코란도’ 가솔린 모델을 마지막으로 연내 출시가 마무리됐다. 게다가 쌍용차의 ‘티볼리’는 같은 소형 SUV인 기아차 셀토스, 현대차 ‘베뉴’ 등의 출시 이후 판매량이 급감했다.
르노삼성은 올해 3월 LPG 차량의 일반인 판매 규제가 풀리면서 ‘SM6’, ‘SM7’의 LPG 모델을, 6월에는 QM6의 부분변경 모델인 ‘THE NEW QM6’를 출시했다. LPG 모델이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했지만 4분기 판매 모멘텀을 이끌 신차 계획은 없다.
한국지엠이 지난달 말 픽업트럭 ‘콜로라도’, 이달 초 대형 SUV ‘트래버스’를 내놨지만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특히 트래버스의 경우에는 이미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자리잡고 있는데다가 기아차 ‘모하비 더 마스터’는 사전계약만 7000대가 넘을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포드의 ‘익스플로러’가 11월 출시 예정이며, 최근 사전계약을 시작하면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K7의 부분변경 모델(K7 프리미어)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의 점유율을 살펴보면 올해 현대·기아차의 ‘쏠림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현대·기아차의 2017년과 2018년 합산 점유율은 각각 78.0%, 81.1%였다. 그러나 올해 4월 83.2%, 5월 83.0% 등 83%를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7월에는 81.9%로 다소 낮아졌지만 8월에는 83.2%로 다시 상승했다.
반면, 마이너 3사의 점유율은 2016년 24.8%에서 2018년 18.9%로 감소했고 올해 8월에는 16.8%에 불과하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노사 갈등으로 인한 파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우선 한국지엠 노조는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9~11일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오는 19일에는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투쟁 방향을 결정할 계획인데, 현재 노사 간 대립 국면을 감안하면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조는 기본급 6.5% 인상, 통상임금 250% 규모의 성과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올해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임금인상 등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부분파업 기간 중 한국지엠 부평공장 모습. 사진/한국지엠 노조
르노삼성은 오는 27일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으며, 이후 구조조정 가능성이 점쳐진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말 노조 간부를 대상으로 현재 경영 상황을 설명하면서 시간당 생산량(UPH)를 기존 60에서 45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통보했다.
노조는 부산공장 인원수가 1800여명인 점을 고려하면 400여명 전후의 구조조정이 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도 조만간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지만 구조조정 사안 등으로 합의까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는 올 초에도 2018년 임단협 교섭 타결이 지체되면서 심각한 위기상황을 겪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싼타페’ 등 가성비 높은 모델 출시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마이너 3사는 실적부진-투자여력 약화 등의 악순환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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