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이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추진에 또다시 패싱 당할 위기에 처했다. 4+1 협의체는 26일 선거법의 본회의 표결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당은 마땅한 대응책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한국당 내에선 협상 대신 강경투쟁을 고집한 황교안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은 선거법과 검찰개혁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의 표결을 막을 방안이 마땅치 않다. 임시국회가 26일 다시 소집되면 사실상 표결이 불가피하다. 지난 11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 때와 마찬가지로 4+1 협의체가 공조를 통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한다고 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런 상황이라며 내년 1월초 예정된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까지도 한국당 패싱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장 앞 의원들 출입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입장하는 동안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당은 그동안 패스트트랙 법안은 반드시 막겠다고 호소했지만 실질적으로 법안 저지를 위한 전략은 없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맞서 '쪼개기' 임시국회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짧은 임시국회를 통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를 실시하는 동안 본회의는 종결 선포 전까지 산회하지 않고 회의를 계속한다. 다만 필리버스터는 회기 종료와 함께 종결된다. 회기 종결이 선포되면 해당 안건을 지체없이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의 전략에 따라 우선 26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에 대해 표결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식으로 임시국회를 연속으로 몇 차례 열면 다른 패스트트랙 법안과 예산부수법안, 민생법안 등을 처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당이 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과 함께 또다른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인 유치원3법(유아교육법 개정안·사립학교법 개정안·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나선다 해도 실질적인 저지 방안은 될 수 없다.
당초 한국당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4+1 협의체의 공조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후 이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한국당이 꺼내든 카드는 ‘무기한 국회 농성’이었다. 그러나 농성 카드도 실효가 별로 없긴 마찬가지였다. 또한 법안 저지를 위해 국회 규탄대회도 진행했지만 구호를 외치는 정도에 그쳤다. 오히려 16일 국회에서 진행된 규탄대회에선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당원과 지지자 수천명이 몰려들어 국회의사당 출입문이 봉쇄되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큰 혼란과 소동이 빚어졌다.
한국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비례한국당' 창당 구상도 완전한 대책으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24일 선거법이 통과된다면 내년 총선 전 '비례한국당'을 창당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비례한국당'이 창당될 경우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놓고 변칙정당을 만들어 이합집산을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한국당 지지층이 실제 전략적으로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교차 투표를 해줄지도 변수다. 또한 앞순위의 기호를 얻기 위해 현역 의원 숫자를 일정 수준 채우는 과정에서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관건이다.
선거법 표결 처리가 임박하자 황교안 대표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국회 내에서 치열하게 협상해야 했지만 황 대표의 '무기한 국회 농성'과 '국회 규탄대회' 등 장외정치가 한국당을 패싱 위기에 처하도록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한국당 일각에선 황 대표가 사실상 '패스트트랙 저지'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도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모든 의원들이 입장한 후 자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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