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초등학교 긴급돌봄교실에 도시락을 싸오거나, 자체적으로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가정에 5만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상 학생은 40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부 급식 관련 부서에서는 쿠폰 지급 방법에 대한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1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0일 서울시북부교육지원청에서 "가정에서 아이를 케어하거나 도시락을 싸오면 그만큼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복지 설계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지난 9일에도 관련 사항을 담당 부서에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조 교육감은 "급식 지원비 5000원을 '카운팅'했다가 (개학연기가) 끝나는 기간에 5만원짜리 쿠폰으로 줄 수도 있다"며 "돌봄하는 가정이 상대적으로 어려울수도 있어 긴급지원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쿠폰 지급 정책을 검토하는 취지는 형평성 문제 해소다. 돌봄교실에 출석하는 학생 일부는 시교육청의 무상급식 예산으로 1끼당 5000원의 대체식을 먹거나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만, 나머지 출석자 상당수는 가정에서 도시락을 싸주고 있는 형편이다. 이론상으로는 급식을 제공하거나 학교가 도시락 업체로부터 배달 주문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걱정하는 학부모, 실시간 수요 변화를 감지하기 힘든 학교 모두 좀처럼 택하지 않는 방식이다.
게다가 개학연기가 지속되면서 긴급돌봄 이용자 수가 늘었다고는 해도 아직 지난 10일 기준 8006명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초등학생 40만8170명은 돌봄교실 바깥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전체 학생 41만여명 중 이미 중식비를 지원받고 있는 저소득층 1만170명 가량을 제외하면 대상자는 40만명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육감 구상대로 5만원씩 지급받는다면 열흘에 해당하는 식비로, 개학연기 휴업 일수 15일에는 모자라는 수치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내부에서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돌봄교실 관련 부서는 검토 중인 반면, 급식 관련 부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양상이다. 돌봄교실 부서 담당자는 "검토 중이라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답변이 힘들다"고 말을 아낀 반면, 급식 부서 담당자는 "도시락은 학부모의 선택 사항이거니와, 저희가 가정으로 쿠폰을 배달하거나 학생에게 직접 받으러 오라고 할 수 없어 검토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쌤들이 간다, 토닥토닥 쌤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시북부교육지원청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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