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연일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계속되면서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위안화 환율이 급등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지난해 무역분쟁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면서 양국 간 강대강 대치가 우려되고 있다. 화웨이 추가 제재와 중국 상장사 퇴출,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등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대해 중국도 위안화 평가절하로 맞대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는 코로나19 이후 양국 모두에게 부담스런 상황이라, 향후 환율이 강력한 협상카드로 부각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6일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고시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12% 오른 7.1293위안으로 고시했다.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가 이뤄지면서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18년 2월 이후 12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날 0.38%를 올린 데 이어, 이틀새 0.5%나 상향 조정된 셈이다.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도 미중 무역분쟁으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9월 수준을 육박했다.
그동안 환율 문제는 미중 간 갈등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위안화 약세는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초래해 무역분쟁의 발단이 됐다. 미국은 중국의 자국 수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도 당시 위안화가 급등하면서 지난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에 7위안을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올해 초 중국의 환율 안정을 포함한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그런 만큼 위안화 환율이 이번에도 양국 간 강력한 협상카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미중관계 악화는 관세 부과를 제외하면 지난해와 매우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일방적으로 중국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은 지난해와 같이 적극적으로 환율을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환율은 지난해 전고점인 달러당 7.18위안을 상회하는 7.2~7.3위안 부근까지 절하될 수 있다”며 “중국 입장에서 환율은 비교적 협상하기 좋은 카드이기 때문에, 미국의 압박이 추가로 강화될 경우 환율로 협상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도 대선을 앞두고 중국을 압박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 상황에서 위안화 약세가 미중 모두에게 경기부양의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국면에서 내수시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양회를 통해서도 수출이 아닌 내수 촉진을 중심에 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예고한 바 있다. 미국 역시 탈중국화를 통해 자국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자 하지만,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게 현실이다. 최근 영국의 싱크탱크인 헨리잭슨소사이어티(HJS)가 폐낸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산 수입 비중이 50%를 넘는 품목이 414개에 달했고, 그중 114개 품목은 필수 전략물자였다.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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